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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어떻게 아모레퍼시픽을 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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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충격, 왜 아모레퍼시픽에만?

2010년대 들어 특히 유커들에게서 일어난 K-뷰티의 붐으로 코스메틱 업계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이 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아모레퍼시픽이었습니다. 다양하고 탄탄한 라인을 보유해 모든 가격대의 브랜드가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 사드로 인한 분쟁이 벌어지고, 중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2017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말 그대로 꺾여버린 것입니다. 반면 경쟁자인 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나가 20193분기를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사드로 인한 불매운동을 아모레퍼시픽만 얻어맞은 것이 아닐 텐데도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기민한 대응 vs 잘못된 대응, 정말 그럴까?

우리는 결과를 보고 그에 맞는 원인을 찾고자 애씁니다. 즉 가장 손쉬운 답은 LG생활건강은 무언가를 잘했고, 아모레퍼시픽은 뭔가를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LG생활건강에 내리기 쉬운 평가는 사드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민한 대응이고, 아모레퍼시픽에 내릴 수 있는 손쉬운 평가는 사드라는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적확한 평가일까요? 아모레퍼시픽은 비록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LG생활건강에 추월당했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화장품 종합기업입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든 가격대에 포진해 있고, 뛰어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며, 가격군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등 코스메틱 산업 내에서도 매우 잘 갖추어진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업입니다. 때문에 2010년대 초중반에 가장 성공적인 코스메틱 기업의 자리를 굳히며 유커 효과를 톡톡하게 본 것이죠.

위 그래프를 본 사람들은 아마 의문이 들 겁니다. LG생활건강이 2010년대 초중반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앞서는 시기가 있는데,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이 유커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점이죠. 이는 착시효과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의 90% 이상이 화장품에서 발생하는 화장품 기업인 반면, LG생활건강은 생활소비재, 음료, 화장품을 모두 취급하는 기업이니까요. 지금이야 LG생활건강이 화장품 기업으로 여겨지지만, 2000년대 까지는 소비재 종합기업에 가까웠고 2010년대 초반까지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였음을 감안하면, 유커 효과를 받긴 했더라도 아모레퍼시픽만큼 수혜를 받았을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LG생활건강은 자체 상품 개발보다는 M&A를 통해서 확장과 성장을 이룬 경우입니다. 2007년코카콜라 보틀링, 2010년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 인수를 단행했으며, 이후에도 필요한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습니다. 그래서 화장품 분야만 놓고 보면 비중이 커진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물론 LG생활건강은 매장품 산업에서 영향력과 점유율이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이는 브랜드 Whoo’를 기반으로 고가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전 가격군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릅니다. 바로 이런 특성 덕분에 사드로 인한 불매운동에서 타격이 비교적 적었던 것입니다.

'따이공'에 대한 태도가 달랐던 이유

아모레퍼시픽은 전 가격군의 브랜드에서 경쟁력이 있었으며 화장품 전문기업답게 해외 법인과 유통망도 훨씬 탄탄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유커 붐에서 가장 큰 수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환경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드로 인해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시장은 다른 형태로 변했습니다. 유커들은 더 이상 한국을 잘 찾지 않고, 그 자리를 보따리상들인 따이공들이 채웠습니다. 따이공들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여 재고를 재어두고 중국에 판매하는 중간상인입니다. 중국의 K-뷰티 소비 방향이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코스메틱 시장이 말 그대로 격변했습니다. 이것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 차이를 낳았습니다. LG생활건강은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코스메틱 시장에서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었고 아모레퍼시틱은 면세점 구매 제한으로 제약을 걸어버렸습니다. 더군다나 20179월에는 원래 일인당 열 개까지 살 수 있던 설화수와 헤라의 구매제한을 다섯 개로 줄이는 초강수를 두었죠. ,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역행하는 노선을 택한 것입니다. 이를 보면 변화한 시장에 맞춘 LG생활건강의 결정이 대단해 보이고, 아모레퍼시픽의 결정은 실수처럼 보입니다.

포기할 게 적으면 선택이 과감해진다

시장 격변기에 1위 기업이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쉽게 비판하지만,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1위 기업은 그 시장 상황에 최적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고,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 그만큼 포기하고 바꾸어야 할 요소들도 2, 3위 기업에 비해서 많죠. 반면 후발주자는 포기할 것이 적기 때문에 격변한 환경에서 선택을 내리기가 더 쉽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그런 사례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중국에서도 단단한 법인 영업망과 브랜드를 구축했으며 유통망도 더 탄탄했습니다. 정식 판매망이 아닌, 허가받지 않은 따이공이라는 중개상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은 정식 판매 채널에 타격을 주며, 브랜드 관리나 가격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개인 중개상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중고가격까지 관리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강력한 브랜드들을 소유했고, 자사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를 원했습니다. 게다가 판매 유통망도 탄탄했기에 따이공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했습니다.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맞추기에는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죠. 반면 LG생활건강은 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로 포트폴리오가 편중되어 있는 데다가 유통망에서도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열위에 있어 따이공 중심의 시장에 맞추어 영업을 해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한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기에 따이공에게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시장에 덜 최적화되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잃을 것이 적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가지고 있는 자원의 영향력이 약화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짐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선발주자가 과거와 같은 자원의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후발주자가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따이공 중심의 시장 재편은 아모레퍼시픽에는 재앙과 같았지만, LG생활건강에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의 자원에 맞게 선택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성장과 추월이며,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입니다.

후발주자는 언제 1위를 추월할까?

우위는 영원불멸한 것이 아닙니다. 환경과 트렌드의 변화는 기존의 우위를 침식하고 붕괴합니다. 우위에는 수명이 존재하며, 새로운 우위는 힘을 얻고 오래된 우위는 쇠퇴합니다. 이로 인해 평범하게 사업을 운영해오던 작은 곳이 갑작스러운 트렌드의 변화와 유행으로 부각되어 성장하기도 하며, 트렌드가 지나면서 하락하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비즈니스의 지형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2010년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쟁은 시장환경 급변으로 인한 우위의 쇠퇴와 후발주자의 추월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벌어집니다. 현 시장에 최적화한 LG생활건강도 향후 시장의 급변 때 어떤 결과를 얻을지 모르죠.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라는 제언을 종종 봅니다.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과연 미래에 다가올 트렌드와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두루뭉실한 예측은 예측으로서 가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인데, 시점과 규모, 지속성까지 모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만약 트렌드와 변화가 정확히 예측 가능한 것이라면, 우위를 확고하게 갖춘 사업가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예측이 불가하기에 기존의 우위는 쇠퇴하고 새로운 우위가 위세를 떨칠 수 있으며, 그 점에서 후발주자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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