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활동에 심대한 지장을 받을 것이기에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와 같은 소비 위축은 기업의 연쇄 파산 및 대량실업으로 연결될 것이기에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전문가나 이코노미스트들이 얘기하는 내용과 유사하죠?
2001년 9월 11일,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을 때 당시 필자(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썼던 보고서,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 또한 비슷한 전망을 했고, 그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미국 경제는 9.11 테러 이후 어떻게 패닉에서 벗어났을까?
아래 그림은 2001년 9.11 테러를 전후한 미국의 주가지수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9.11 테러 후 패닉을 일으키며 급락했지만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반등하는 가운데 주식시장도 이후 약 6개월 동안 30% 가까이 상승했던 것이죠. (물론 2002년 봄에는 엔론Enron 쇼크로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미국 경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그리고 워싱턴 인근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연쇄적인 테러가 벌어지며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는데도, 어떻게 경제성장이 회복되었을까?"
그 이유는 ‘정책’과 ‘전쟁’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즉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1%까지 인하하고, 부시 정부가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것이 경기회복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죠. 즉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고,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설정한 것이 경제의 성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봉쇄정책 펼수록 더 심각한 경기침체
코로나19 사태는 9.11 테러 이상의 충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9.11 테러는 약 3개월 정도 만에 심리가 진정되는 데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더 긴 시간 동안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ies을 실시하게 된 나라가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은 워싱턴의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인 CPER에서 올리비에 블랑샤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보고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초래한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법: 무엇이든 지금 당장 시행하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림에서 회색 부분의 세로축은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 아래 푸른색 부분의 세로축은 불황의 강도를 나타냅니다. 세로축의 0 이상(회색 부분)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선은 각국이 코로나19 감염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빨간선은 봉쇄정책을 펴지 않은 국가로 이 경우 신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파란선은 정부가 봉쇄정책을 편 경우입니다. 몇 주 동안 학교와 공장과 사무실의 문을 닫고, 사람들의 이동을 막고,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봉쇄정책을 폄으로써 신규 확진자를 억제하는 것입니다.
두 경우는 정반대의 경제적 충격을 가져옵니다. 세로축에서 0 이하(푸른색 부분)의 빨간선과 파란선은 불황의 강도를 나타냅니다. 봉쇄정책을 펴지 않으며 확진자 및 접촉자의 격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전염병을 억제한 나라(빨간선)는 ‘경기하강’의 충격이 덜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 대다수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종사했을 것이니까요. 반면 전염병 억제를 위해 봉쇄정책을 펴게 된 나라(파란선)는 신규 확진자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극심한 경기불황을 대가로 치르게 됩니다. 학교와 공장, 사무실의 문을 닫고 경제활동을 일시 중지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집중적으로 돈을 뿌려라
이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세계 각국이 엄청나게 큰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효과가 검증된 경제정책’만 쓰려는 집착에서 재빨리 벗어나서 신속하게 돈을 살포하라고 권고합니다. 물론 돈을 살포하는 방법은 9.11 테러 때와 동일합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돈을 풀면 되죠. 9.11 테러 이후 2001년 에는 전쟁터에서 돈을 썼다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파산 위험에 처한 기업, 그리고 해고 위험에 처한 근로자들에게 돈을 풀자는 이야기입니다. 더 나아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적인 병력 투입이 필요한 것처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집중적인 돈의 살포가 필요합니다. 그 전쟁에서의 포상은 9.11 테러 이후의 경제상황처럼, 매우 ‘강력한 경기회복’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차, 3차 재정정책을 계속 시행하라
물론 이것만으로 코로나19 쇼크가 순탄하게 마무리되고, 경제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위험은 사회적 격리가 가져온 심각한 사회/경제적 충격에 놀란 각국 정부가 서둘러 ‘정상으로의 복귀’를 시행했다가, 2차 유행이 생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죠.
아래 그림은 지난 1918년 스페인독감이 세계를 휩쓸었을 때,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발생했던 일을 보여줍니다. 그림에서 세로축은 주간 단위의 인구 10만 명당 비정상 사망자 수, 즉 평년 같은 기간에 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사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가로축에서 ‘회색 막대’ 부분은 학교 문을 닫은 시기(학교 폐쇄: School Closure)인데, 1918년 11월 스페인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잠시 줄어들자 다시 학교 문을 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를 기점으로 다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비정상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섣부른 개학으로 수많은 생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셈입니다. 이번에도 1918년 덴버시의 경험을 반복한다면 사회/경제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격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더욱 불길처럼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쇼크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금융/재정정책뿐만 아니라 치료제의 조기 개발 및 2차 확산 방지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2차, 혹은 3차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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