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나날이 약화되고 있으며, 디플레 위험이 가시화되어 일본처럼 ‘나선형의 악순환’을 경험할 것이라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도 투자전략은 필요합니다. 이런 보수적 투자자라면, 20년 넘게 디플레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국민연금(GPIF)의 자산배분 전략을 벤치마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일본 국민연금은 1조 3,910 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갖춘 세계 최대의 연기금이며, 2010년 이후 연 평균 5.3%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연기금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채권에 대한 집중투자’ 전략이 될 것입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전체 자산의 63%를 채권에 투자했으며,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채권투자의 비중이 42%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연기금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수익률이 -7.5%를 기록하는 등 ‘주식 비중 확대’의 대가를 단단히 치른 만큼, 예전처럼 다시 채권투자 위주의 운용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디플레 환경에선 금리 하락 채권가격 상승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에게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이 유망합니다. 결국 디플레 및 저성장 환경이 출현할 때, 채권투자의 성과가 개선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1년에 이자를 두 번씩 지급하고, 30년이 지난 후 원금을 상환하는 채권(=30년 만기 국채)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경제에 인플레가 조금 이라도 발생한다면, 30년이 흐른 후 원금의 실질적인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겁니다. 따라서 이 채권의 가치는 사실상 이자 지급에서 결정되며, 원금상환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죠. 이제 만기를 100년으로 늘려보겠습니다. 그러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원금상환액의 현재 가치는 1/10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장기채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원금의 가치를 따로 따질 필요가 없기에 채권가격을 아주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즉, 매년 지급하는 이자를 현재의 시장금리로 나누면 채권가격이 바로 산출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매년 100달러의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채권이 있는데 현재 시장금리가 5%라면, 이 채권의 가치는 2,000달러가 될 것입니다(채권의 가치 = 연 이자/시장금리 = 100달러/0.05 = 2,000달러). 그런데 만일 시장금리가 10%로 상승하면 이 채권의 가치는 어떻게 변할까요? 앞의 식을 그대로 대입하면 이 채권의 가치는 1,000달러로 떨어지게 됩니다(채권의 가치 = 연 이자/시장금리 = 100달러/0.1 = 1,000달러). 따라서 채권의 가치는 시장금리와 반대의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오릅니다. 만기가 아주 긴 채권의 가격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채권 수익률이 1%가 상승하면, 다시 말해 어떤 채권의 수익률이 5.00%에서 5.05%가 되어 1%가 상승한다면, 이 채권의 가격은 1%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채권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민감합니다.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 금리는 상승하게 마련입니다. 반대로 디플레 환경에서는 금리는 떨어지고 채권가격은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자국 채권에만 투자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달러 등 선진국 자산에 대한 배분을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자산가격의 동반 하락 국면을 타개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TF로 일본 국민연금 따라하기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는 ETF로 일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일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한국 국민연금의 자산배분과 매우 비슷하지만, 구성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주식에 15.9%, 해외 주식에 15%, 일본 채권에 53.4%, 그리고 해외 채권과 단기자금에 각각 10.7%와 5.0% 투자합니다.
이제 한국의 안정지향형 투자자가 일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국민연금은 일본 채권에 54.3%를 투자하는데, 우리 포트폴리오에서는 한국 국채에 투자하는 ‘KOSEF(코세프) 국고채 10년’ ETF를 이 비중만큼 투자하는 것으로 합니다. 해외 채권 부분은 ‘TIGER 미국채 10년 선물’을 추천합니다. 일본 주식 대신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TIGER 200’을, 해외 주식 대신 한국의 ‘KODEX 선진국 MSCI World’ ETF를 비중만큼 사면 됩니다. 단기자산으로는 ‘KODEX 단기채권’ ETF를 추천합니다. 만
약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대로 2010~19년에 그대로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연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간을 2001~19년으로 넓혀도 연 평균 6.3%의 수익률이니 나쁘지 않은 성과입니다.
일본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장점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이 지니는 장점은 안정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수익률의 변동성이 대단히 낮다는 것입니다. 포트폴리오의 연 변동성은 4.7%입니다. 한국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을 복제한 포트폴리오의 연 변동성이 6.1%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 수 있죠.
따라서 일본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일 디플레가 일어나더라도, 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이 65%에 이르기에 수익률이 급락할 위험은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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