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국제 유가와 미국 회사채 시장의 관계는?

경제상식 경제공부/디플레 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5. 11. 16:03

본문

국제 유가 폭락

미국 셰일산업의 성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일이겠지만, 중동과 러시아 등 전통적인 산유국에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202월 말부터 시작된 역사적인 국제유가 폭락 사태는 이 긴장감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에 60달러 선이었던 국제유가(WTI)2월 말 45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시장이 패닉에 휩싸이며 한 때이긴 하지만 20달러 선마저 깨지기도 했으니까요.

셧다운으로 인한 수요 감소

국제유가가 이처럼 역사적인 폭락 사태를 겪은 것은, 물론 코로나19 쇼크로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5%나 줄어드는 등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러나 수요가 감소한다고 해서 국제유가가 순식간에 50% 이상 폭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로 보기 어렵죠. 당장 수요가 위축된 것에 대응해 석유생산을 줄이는 식의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산 합의 실패!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세계적인 원유 생산국이 국제유가의 급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때 사이가 좋았던 두 나라의 관계가 이렇게 나빠진 것은 감산이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에 좋은 일만 시킨다는 판단이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끝없이 증가하고, 더 나아가 생산성마저 빠르게 개선되는데, 원유를 감산해서 가격을 지지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는 이야기죠.
그런데 문제는 유가 급락이 미국 회사채 시장,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이하 정크 본드’) 시장의 패닉을 불러일으킨 데 있습니다.

미국 회사채 시장의 패닉

미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보다는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특히 셰일오일 기업을 비롯한 신생 분야의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의 대출심사를 피해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죠.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도 셰일오일 기업이 발행한 정크본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연준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펴자,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부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경쟁력이 나날이 개선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좋았던 시절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셰일오일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는 가운데, 정크본드의 가산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산금리란 정크본드가 비슷한 만기의 국채에 비해 이자를 얼마나 더 많이 부담하는지 측정한 것입니다. 1년 전만 해도 미국 BB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2%를 밑돌았지만, 2020313일에는 무려 5%의 벽을 돌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미국 에너지 및 금융회사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20212일 고점 이후 317일까지 8,314포인트, 28%가 급락했는데, 그중에서 금융업종은 32.4%, 에너지 기업은 38.4%나 폭락했습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 가능성 낮아

물론 주가 폭락 그 자체만으로 기업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채 가산금리의 급등 속에서 이루어진 금융에너지 주식의 폭락 사태는 상당 기간 원유가격이 저가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1~2년 안에는 유가 급등이 유발하는 인플레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합니.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 전반의 디플레 압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