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메리카노를 내일로 미룬다면?
오늘 10만원, 10년 후 100만원
“저는 10년 후 100만원보다 지금 10만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는 제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즐거움을 그때까지 미루고 싶지 않아요.”
요즘 20대 직장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저축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20대 때는 그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40대 중후반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면 사는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습니다. 비슷하게 출발했는데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단초 중 하나가 바로 젊은 나이에 ‘가난은 초기에 잡겠다’ 또는 ‘경제적 기반을 일찍 잡겠다’는 태도입니다.
태희 씨가 신혼집을 초라하게 시작한 이유
김태희 씨의 신혼은 친구들보다 초라했습니다. 그녀는 전세 2,300만원 방 두 칸짜리 반지하 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태희 씨는 반지하 전세금을 제외하고 직장생활 내내 살뜰히 모은 돈과 남편이 모은 돈, 은행 융자, 부모님께 빌린 돈까지 합해 전세를 끼고 목동에 28평 아파트를 샀습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직후로 아파트 가격이 꽤 내린 시기였습니다.(그 후 목동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으니 일찌감치 융자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한 것은 당시 좋은 재테크 전략이었습니다)
50대 공인중개사 아저씨는 젊은 태희 씨가 아파트를 사러 온 것이 신기했나 봅니다.
“아직 젊은데 형편이 넉넉한가 보네요. 부모님이 도와주는 건가요?”
“아니에요. 신혼집은 반지하 전세예요. 결혼식 예단·예물비용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신혼여행도 배낭여행으로 다녀왔어요. 신접살림도 전자제품 몇 개만 샀어요. 웬만한 건 살면서 마련하려고요. 대신 가진 돈 탈탈 털고 융자받고 전세 끼고 아파트 사두려고요.”
“신혼은 아파트에서 인테리어도 예쁘게 해서 살고 싶어 하는데……. 하지만 가난은 초장에 잡아야 잡는 게 좋죠. ‘젊을 때 100만원은 늙어서 1,000만원’이라는 마음으로 살면 40,50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
태희 씨의 선택은 태희 씨 부부가 남들보다 빨리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부부의 경제적 기반도 약하다면, 결혼 초기 몇 년 주거공간을 내가 가진 자산이나 수입 수준보다 낮추어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거비용을 줄인 만큼 종잣돈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 돈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태희 씨는 중개사 아저씨의 말을 항상 새기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젊을 때 100만원은 늙어서 1,000만원이다.”
아파트 융자금과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느라 아등바등 아끼며, 돼지갈비 한 번 사먹는 것도 힘들었지만 태희 씨 부부는 현재 자녀 교육자금을 충분히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노후에 월세가 따박따박 나올 원룸 건물까지 사놓았다고 합니다.
20대 1년 = 40대 5년
기본적으로 저축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참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매월 10만원씩 저축하는 것보다 그 돈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좋겠지만, 1년 후 120만원이 모이면 그 돈으로 더 큰 경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대의 1년은 30대의 3년이고, 40대의 5년과 같습니다. 적게 벌든 많이 벌든 20대에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40, 50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부터 결혼 후 아이를 낳기 전까지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가 수입에 비해 지출이 적어 인생에서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힘들더라도 이때 종잣돈을 집중적으로 모은 사람들이 40, 50대에 경제적 안정을 누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 때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사람들은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무엇을 후회할까요? 30대는 20대를 보낸 후 무엇을 후회할까요? 40대는 30대를 보낸 후 무엇을 후회할까요?
인생을 살면서 과거를 후회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후회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현재를 즐긴 것들에 대한 것보다, 중요하지만 미루어 왔던 것들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큽니다.
학생 때가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적은 직장인이 되어서야 공부를 하지 않은 걸 뒤늦게 후회합니다. 저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이 없거나 경제력이 떨어진 나이가 되어서야 돈을 좀 더 모아둘 걸 하고 후회합니다.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즐거움과 편안함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처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월급쟁이 부자들』(최신 개정판)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