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게 제일 쉬운 사람을 위한 효과만점 절약법
신용카드 없어요 모바일뱅킹 안 해요
은행 직원 : 거래가 많으시네요. 이 정도면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데, 발급해드릴까요?
나 : 아니요, 괜찮아요.
은행 직원 : 신용카드는 안 쓰세요?
나 : 네, 안 써요.
은행 직원 : 이번 카드 발급받아 매달 일정액 이상 쓰면 적금 이율이 7퍼센트라서…… .
은행 업무를 보러 은행 창구를 방문할 때마다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받습니다. 그때마다 여지없이 거절하는데, 가끔 직원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을 받습니다. 젊은 나이에 모바일 뱅킹도 이용하지 않고,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직원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지금 쓰는 만큼만 써도 포인트가 이만큼 쌓인다고, 그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꾸면 내야 하는 연회비보다 몇만 원이나 많다고 이득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저는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한 채 카드 발급을 미룹니다. 모바일 뱅킹도 이용할 계획이 없습니다. 신용카드나 편리한 기술이 나빠서도, 이게 더 이득이라는 직원을 못 믿어서도 아닙니다. 돈을 쓰는 게 너무나 쉬운 지금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나를 더 신중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 쉽게 쓰는 게 과연 내 탓뿐일까?
돈 쓰기가 너무도 쉬운 것이 개인의 탓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존재이니까요.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에서 저자인 벤저민 하디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일지라도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에,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쓰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은행부터 카드사, 휴대폰 소액 결제 등 지금 내가 가진 돈이 없어도 먼저 쓰게 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또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접하는 광고는 어떻고요. 휴대폰에서, 지하철에서, 길거리 쇼윈도에서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는 세련된 손길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내 지갑을 지키는 근본적인 방법은 돈을 쉽게 쓰게 만드는 지금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돈 나가는 걸 직접 보면 다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결제를 불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잘 쓰던 체크카드마저 사용을 줄였습니다. 신용카드를 쓰면 물건을 구입해도 돈이 바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돈을 써도 남아 있으니 쓸 수 있는 돈이 많다고 생각해 많은 금액을 쓰게 됩니다. 반면에 체크카드는 쓰는 즉시 금액이 빠져나가니 신용카드보다는 지불의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체크카드마저 돈 쓰는 느낌이 나지 않더라고요. 카드만 주고받으니 그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내가 사는 상품과 서비스에 적절한 금액인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체크카드를 쓰다가도 돈 관리를 좀 더 철저하게 해야 할 때는 현금을 위주로 사용합니다.
현금을 사용하면 곧바로 불편이 느껴집니다. 일단 계산하는 데 남들보다 오래 걸립니다. 계산대 앞에서 5,800원에 해당하는 돈을 하나하나 꺼내고 있자면, 내가 5,800원을 주고 이걸 사먹고 있다는 걸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맛없는 음식을 먹고 비싼 값을 지불할 때면 카드로 계산할 때보다 지폐를 건네는 게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과 고통이 내가 더 원하는 곳에 돈을 쓰도록 도와줍니다.
의지가 약할 땐 환경을 바꾸자
새로운 상품이나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평소에는 그다지 갖고 싶은 게 없어도 백화점에만 들어서면 5분 안에 갖고 싶은 게 생깁니다. 한 번 마음속에 들어온 물건은 흥미가 사라질 때까지 끈질기게 유혹합니다. 때문에 애초에 윈도우쇼핑을 한다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재미로 둘러보지 않습니다. 괜히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애써서 절약을 하고 싶지 않다면 환경을 먼저 바꿔보세요. 월급날 적금을 자동이체하는 일, 가계부와 펜을 침대맡에 두는 일 등 사소한 변화일지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일치하는지, 아니면 말은 변화를 원하지만 환경은 그 정반대를 이야기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트는 미스 페니의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