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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섬유패션산업에서 날개 단 기업의 비결은?

스마트북스 2020. 8. 14. 15:04

섬유산업은 내리막길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섬유산업은 일본 경제의 부흥을 견인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섬유업체 수는 11천 개이며, 종업원 수는 214천 명, 생산액은 32천억 엔입니다. 이는 일본 섬유산업이 최고조였던 1991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입니다. 일본의 섬유시장은 전체 시장규모는 줄고, 수입의류는 늘어나고 판매단가가 내려가는 사양산업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섬유산업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은 원사상류, 원사가공, 편직조, 염색가공중류, 봉제, 의류, 유통하류으로 이어집니다. 일본 섬유산업의 상류는 대기업이 중심이며 탄소섬유 등 특수섬유에 특화하여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중류는 종업원 9명 이하의 영세기업이 80%, 가격경쟁력에 밀려 신흥국에 자리를 내주었죠. 하류는 유니클로와 같은 일부 패스트 리테일Fast Retail 대기업이 있으나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중하류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내리막 상황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섬유산업 생존자들이 있습니다.

아마이케 합섬 : 가장 가는 실을 다룬다

사진 출처 : http://amaike.jp/

원사로 직물을 만드는 것을 편직조라고 합니다. 1965년에 창업한 평범한 편직조 업체인 아마이케 합섬은 한 대기업의 의뢰를 받으며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데닐은 실의 두께를 표시하는 단위로, 보통의 옷감은 20데닐입니다. 그런데 한 대기업이 2001년에 7데닐 실을 개발했습니다. 7데닐은 머리카락의 5분의 1 굵기에 해당합니다. 이 대기업은 7데닐 실로 직물을 만들어 플라스마 TV 필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7데닐 실은 너무 가늘었죠. 많은 편직조 업체들이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아마이케도 고전했습니다. 아마이케는 기존 직조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직조기를 만들어 직물을 짜냈지만 , 직조를 의뢰한 대기업이 도산하여 경영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갔습니다. 플라스마 TV의 가격도 하락했고, 대기업은 7데닐 직물의 납품단가 인하까지 요구했습니다. 7데닐 설비투자를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은 아마이케는 파산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대기업 납품을 포기하고 직접 판매에 나섰지만, 비단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옷감이라는 의미에서 천사의 날개옷天女羽衣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이탈리아 유명 전시회에 출전하는 등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는데 주력했습니다. 다행히 브랜드화가 적중하여 명품 의류 브랜드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웨딩복, 스카프용 고급 천으로 알려진 아마이케는 일본 국내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고급 섬유업체로 자리 잡았고, 5데닐까지 직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가는 실을 다룰 줄 아는 유일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세이렌 : 원단 종류만 1,677만 종

세이렌은 염색가공 수탁업체로, 원청으로부터 직물을 가져다 염색해서 납품하면 수수료를 받는 하도급 업체였습니다. 그런데 원청이 도산하면서 기회가 찾아왔고, 세이렌은 원청을 인수해서 원사, 직조, 염색가공, 봉제까지 상중하류를 모두 포괄하는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동시에 탈의류를 추진해 자동차용 시트 소재가 가죽에서 섬유로 바뀔 때 자동차시장에 진입했고, 인공혈관, 우주항공 같은 특수섬유 분야에도 도전하여 로켓을 발사할 때 폭발음으로부터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위성로켓 방음블랭킷을 일본우주항공국에 납품했습니다.
세이렌은 정보화에도 앞장섰습니다. 후쿠이현 본사를 무인화해서 직원 3명이 프린트 200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원단 색깔과 디자인을 주문하면 무인공장에서 제작하여 배송하는데, 1,677만 종류의 원단 색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2000년에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죠. 이처럼 세이렌은 무인화와 가상주문으로 다른 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길 때 해외로 나갔던 공장을 오히려 국내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코마츠 : 중동 남성복을 책임진다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2&v=hm69ufyD6bc&feature=emb_logo

코마츠는 회사명을 세 번 바꾸었습니다. 첫 번째는 코마츠직물정련염공’. 이시카와현 염색업자들이 1944년에 세운 공장으로, 도레이의 나일론 염색가공을 수탁 처리하는 하도급 업체였습니다. 두 번째는 코마츠정련’. 1961년 수탁가공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섬유를 직접 사서 염색가공을 한 다음에 판매하며 하도급에서 벗어났습니다.
세 번째는 코마츠머티리얼’. 의류뿐만 아니라 카시트, 구두, 커튼, 가방, 건자재 등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습니다.
코마츠는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중동 남성의 민족의상 칸도라에 진출했습니다. 칸도라는 흰색의 단일 색상이고 디자인도 대동소이해서 토브라고 부르는 옷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동의 부유층은 토브의 질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코마츠는 염색정련 노하우를 살려 광택감, 터치감 등이 각기 다른 50여 종의 순백색 토브를 생산하며 이러한 다양성을 무기로 중동 고급 토브 시장의 50%를 장악했습니다.

스피드팩토어로 섬유산업 활력을

섬유산업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수출의 54%(1971년), 제조업 생산의 22%(1973년)를 차지했고, 고용의 36%(1977년), 업체 수의 27%(1977년)를 담당하는 주력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섬유산업은 전체 수출의 2.4%, 제조업 생산의 2.6%로 비중이 줄었습니다. 섬유패션 분야 기업은 48천 개이지만 10인 미만 영세기업이 88%로 대다수이며, 영업이익률은 3.8%로 제조업 평균 7.6%를 밑돌고 있습니다.
섬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마이케, 세이렌, 코마츠의 생존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섬유패션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부흥의 열쇠로 스피드팩토어Speed Factore를 제시했습니다. 팩토어Factore팩토리Factory·공장스토어Store·상점의 합성어입니다. 스피드팩토어는 매장에서 소비자 주문을 받아 맞춤형 의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기존의 스마트팩토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입니다. 산자부는 스피드팩토어 확산을 위해 핵심기술 개발 및 시범사업을 지원하고, 국방·안전·수송 등의 분야에서 첨단 섬유신소재 공공수요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중하류의 봉제공장은 로봇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화하고 기획-생산-납품 단계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염색공장은 전 공정에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