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실무평가 통과하는 법
언론사 실무평가 잘 보는 팁
산 넘어 산이다. 실무평가를 앞둔 기자 지망생의 심정은 꼭 이럴 것이다. 어렵게 필기 전형을 통과했더니 이제는 기사를 써보란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선 말이다. 필기 합격의 기쁨도 잠시, 다시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실무평가를 겁내는 지망생이 참 많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 달 동안 언론사에서 인턴을 해본 나에게도 실무평가는 막막한 전형이었다. 언론사 실무평가는 보통 예측할 수 없는 장소에 지원자를 떨어트려 놓고,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제시어를 주고선 2,000자 분량의 기사를 써내는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언론사도 있고,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언론사도 있다. 기사에 대한 감도 못 잡았는데 취재 수단까지 제한하니 지원자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주눅들 필요 없다 조건은 같다
둘째, 어지간하면 ‘현장 기사’는 다 쓸 수 있다. 기자 시절, 그럴듯한 아이템을 못 찾으면 몸으로 때운다며 현장으로 갔다.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듯 쓰기만 하면 꽤 읽을 만한 르포 기사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남산, 명동, 인천국제도시 같은 특정 장소에 달랑 취재 수첩만 든 지원자를 대책 없이 풀어놓는 이유도 비슷하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주가 되는 르포 기사를 쓰는데 노트북 같은 취재 수단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꼼꼼한 묘사로 현장감을 살려라
이 기사는 추석을 앞둔 인력 시장의 모습을 다룬 전형적인 르포 기사다
. 사실 이 기사에서 뉴스news 즉, 새로운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곳은 작년 추석에도, 재작년 추석에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올해 유독 두드러졌던 변화 같은 건 언급되지 않았다.그런데도, 이 르포 기사는 사회면 톱기사로 실렸다. 조선일보 사회면에, 그것도 가장 비중이 큰 톱기사로 실린다는 건 뉴스 가치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이 기사의 경우 추석을 앞둔 인력 시장의 분주하고, 초조한 공기를 독자의 눈앞에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만으로도 뉴스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르포 기사의 생명은 꼼꼼한 묘사에서 나오는 현장감에 있다. 대부분 기자 지망생은 기존에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를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실무평가에 임한다. 그러나 기사 훈련 한 번 제대로 못 받은 지망생이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다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수년간 훈련받은 기자들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느냐’며 썼던 주제를 조금 바꿔 쓰고 또 쓰고 한다. 그러니까 지망생은 무조건 새로운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내가 보고 느낀 걸 최대한 세밀하게 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현명하다.
숫자를 적극 활용하라
세밀한 전달을 위해 자주 동원해야 하는 게 바로 ‘숫자’다. 2010년 문화일보 실무평가 주제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서울 명동과 창덕궁에 지원자들을 떨구고는 외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주제로 기사를 쓰라고 주문했다.
당시 나는 ‘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취재에 들어갔다. 미국, 유럽, 아시아 관광객을 섞어 총 25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답변에 대한 통계를 냈다.
기사는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숫자’다. 그런 면에서 ‘대다수’와 ‘76%’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다소 밋밋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실무평가를 통과한 비결은 바로 이 ‘통계’에 있었다.
다음은 조선일보 실무평가 때 써낸 기사다. 마찬가지로 숫자를 곳곳에 활용해 기사에 객관성을 더했다.
만약 191㎡ 대신에 ‘꽤 넓은’, 200·350m 대신 ‘가까운’, 20% 대신 ‘조금’을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사안의 심각성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숫자는 사안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 독자가 사안의 심각성을 공감하게 만드는 효율적인 도구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