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창조적 동기 불러일으키는 법

우리 아이 창조적 동기 불러일으키는 법 

성과 보상은 동기를 키우지 못한다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게임하게 해줄게.”
“이 책을 다 읽으면 과자 줄게.”
우리는 아이에게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불러일으키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도 보상 내용이 바뀔 뿐, 패턴은 달라지지 않죠.
“1등급 받으면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꿔줄게.”
“공부 잘해서 명문대 가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니엘 핑크는 성과 보상이 창조적 동기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책 『드라이브』에서 소개한 실험을 볼까요.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24명의 학생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어 세 차례에 걸쳐 소마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그냥 풀게 했고, 몇 주 후의 두 번째 실험에서는A 그룹에게만 ‘퍼즐을 풀면 보상으로 현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그러자 A그룹은 더 오랜 시간 퍼즐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실험에서는 A그룹에게 ‘이번에는 보상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뒤 실험을 진행했죠. 그러자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던 A그룹은 흥미를 잃어버리고 퍼즐을 푸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보상, 즉 외적 동기는 단기적 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기와 관련된 좀 더 근본적인 연구를 볼까요. 이번에는 실험에 원숭이들이 등장합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원숭이 무리에 퍼즐을 집어넣고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보상과 자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원숭이들이 퍼즐에 관심을 보이며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3일째가 되자 그들 중 약 3분의 2가 퍼즐을 능수능란하게 풀게 되었습니다. 보상이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자발적으로 학습과 훈련을 했던 것이죠. 

드라이브,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우리가 고수해 온 전통적 방식은 아이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가 없습니다. “공부 잘하면 용돈을 올려줄게.” 라는 보상 전략도,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면 핸드폰을 뺏을 거야.” 라는 식의 처벌 전략도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보상을 바라고 공부를 하는 아이는 단기적으로는 성실한 학습자로 남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이러한 ‘만약 ~라면(if ~ then)’의 교육 시스템은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력을 길러내는 방식일 뿐입니다.
결국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의 내적 동기, 자발적 동기입니다. 인간은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자기주도적인 존재입니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내재적 동기가 있다면, 보상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일을 만들고 즐길 줄 압니다. 다니엘 핑크는 이를 ‘드라이브(동기3.0)’라고 정의했습니다.
모험지능의 두 번째 단어인 ‘동기’는 드라이브, 즉 ‘창조적인 사람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내재적 동기는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라

자율성을 보장하고 목적성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이는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움직입니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돕도록 하는 것은 고전적인 교육방식입니다. 그런데 다니엘 핑크는 용돈과 집안일을 주되, 둘을 분리하라고 제안합니다. 이를테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고 오면 용돈을 주는 것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 움직이게 하는 동기2.0 체제입니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도덕적 의무로 돕도록 가르쳐야 한다(동기3.0)는 것이죠. 즉, 집안일에 대한 보상을 주지 말고, 용돈은 용돈대로 따로 주라는 것입니다.
드라이브의 가장 큰 매력은 몰입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자율성이 수반된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아이에게 의사결정권을 주는 것, 바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자율성이 보장된 내적 동기는 효과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서희를 만났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유학에 관심이 많았고,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조기유학 가는 것을 보면서 자라서 자신도 그 언니처럼 유학을 가겠다는 동기가 생겼죠. 부모를 졸라서 유학을 가겠다고 했지만, 부모는 어린 딸의 유학이 이르다고 생각하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라도 보내주겠다고, 그때 유학 보낼 형편이 안 되면 국비 유학생이나 기업 지원 유학생으로 갈 기회가 생길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서희는 이후 새벽 5시면 일어나 EBS 회화 교재를 펴고 공부를 했습니다. 약 2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른 새벽 공부를 한 서희는 지금은 현지인들과 대화가 가능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매한 목표를 가지게 하라

아이들에게 지속력이 높은 동기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앞을 향하여 나아가게 하는 지속성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고매한 목표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앤절라 더크워스를 비롯한 수많은 교육학자에 따르면, 아이가 스스로를 위한 동기가 아니라 남을 위한 이타적 동기를 가질 때, 그 동기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아이는 낮은 목표가 아니라 높고 멀리 보는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인생 목표인 ‘꿈’을 학교에서는 ‘진로’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꿈과 진로, 목표와 직업이 혼용되어 잘못된 교육을 낳고 있습니다. 직업만을 위한 공부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입니다. 아이의 꿈이 대기업 직장인, 교사, 공무원, 의사, 임원 같은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는 삶에 대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인생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섰을 때, 나를 위한 동기가 아니라 남을 위한 이타적인 가치를 지향할 때, 아이는 지치지 않고 뛸 수 있습니다.
아이가 꿈을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던지고 싶은지, 그래서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매일 이야기하며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매한 목표를 만들자고 하면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이 제법 많습니다.
“아이가 고매한 목표를 가질 만큼, 아이의 일상에서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고매한 목표라고 하면, 다들 자신을 희생하고 엄청난 일들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로 아는 것이죠. 아이의 일상에서 하는 교육이야말로 하루의 일상을 품격 있게 만들고 결국 아이의 목표를 고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너무 맛있었어. 다음에 또 부탁한다

 

“어려서 들었던 부모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무엇인가요?”
나의 질문에 강연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이런 이애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릴 때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는데, 엄마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너무 맛있었어. 다음에도 또 부탁한다.”
첫 라면 끓이기에 도전한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에게 맛있는 라면을 대접하는 이타적 동기가 생겼습니다. 대단하고 멋진 일에만 이타적 동기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가 아니라 부모, 형제, 친구,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발전될 때 건강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항상 일에 쫓기는 바쁜 엄마를 위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아이, 아파서 장기 결석한 친구에게 학교 시험을 위해 자신의 노트를 내어주는 아이, 다리를 다친 친구의 등교길에 가방을 들어주고 기대라고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아이, 부모와 싸우고 학교와 충돌해 답답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 이 모든 일상이 아이의 이타심을 길러주는 텃밭이 됩니다.
학교에 제출할 봉사시간을 채우려는 봉사이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봉사가 아니라, 진짜 봉사를 찾는 노력 속에서 이타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생의 관점이 형성됩니다. 나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타인을 위해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이타심을 기르는 게 우선입니다.

이 포스트는 『똑똑한 모험생 양육법』을 참고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