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쓰는 돈이 80만원?
소민 씨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작은 선물이라도 해줘야 마음이 놓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선물을 하고 난 뒤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선물을 하고 나서는 ‘내가 지금 이래도 될까? 나에게 이럴 여유가 있는 걸까?’ 싶어 불안합니다.
실제로 가계부 정리를 해보고 우리는 함께 놀랐습니다. 몇만 원 수준의 선물들, 먼저 나서서 계산한 식사비 등을 모두 합치니 80만 원에 육박했으니까요.
가족 친구 지인에게 쓰는 돈, 기여비
기여비는 친구들이나 가족들, 지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부모님 용돈, 설날이며 추석 때 들어가는 비용, 지인들의 경조사 비용, 친구들의 생일 선물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비용은 나에게 쓰는 돈과는 또 다른 난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쓰는 비용이기 때문에 내가 줄이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줄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회에는 무언의 규칙이 있습니다. 경조사 비용으로 얼마가 적당한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쓰고 싶지 않다고 해도 상대쪽에서 주는데 나만 계속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쓰는 돈임에도 그 결정권이 나에게 온전히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설사 나만의 기준을 따른다 해도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욕을 먹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써놓고 후회한다?
그렇다고 해서 쓰고 나서 찜찜한 부분을 언제까지고 넘길 수는 없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낸 식사비용, 무리해서 구입한 선물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쓴 비용마저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괜히 했나 싶은 후회의 감정을 부릅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무언가를 베풀면 상대에게도 그만큼을 바라게 된다는 점입니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저 사람은 왜 그만큼 하지 않는 건지 화가 납니다. 분명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게 맞는데, 나처럼 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서운합니다.
그렇게 서운해도 말 못하는 감정이 쌓이면 더 이상 그 관계가 산뜻하게 유지되지 않겠지요.
남이 뭐라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쁨입니다. 혼자는 외롭고,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니까요. 하지만 그 기쁨이 온전히 기쁨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아닌 내가 그 기준을 잡고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분위기, 관습이 어떠하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집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돈뿐만이 아니라 소중한 관계들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미스 페니의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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