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횟집은 신선하고 질 좋은 횟감을 갖추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횟집은 수조에 생선을 오래 두게 되고, 식재료도 더 길게 보관해야 하기에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횟집은 생선도 재료도 오래 묵힐 일이 없어서 신선합니다. 즉, 신선한 재료를 쓸수록 장사가 잘된다는 말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착각한 인과관계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좋은 회를 파는 집을 찾아갑니다. 그런 곳은 장사가 잘되는 곳이죠. 때문에 잘되는 집은 관리와 비용에서 더욱 우위를 갖게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안 되는 곳들은 더 안 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사람들이 특정 횟집에 많이 찾아올수록 횟감과 재료의 신선도는 높아집니다. 당연히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겠죠. 그 평가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신선도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게 이름만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죠.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고 가게의 매출이 안정되면 그 횟집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현지의 어선과 직계약을 통해 고급 어종이나 특이한 상품을 취급할 수도 있고, 손님이 많으니 물량을 소화하기도 수월하죠. 손님들 중에는 이런 독특한 상품에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잘되는 가게에서 취급하는 한정된 물량은 손님을 더욱 끌기에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이처럼 잘되는 곳은 더욱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면서 더욱 잘됩니다. 이를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고 합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익과 우위의 누적 메커니즘’입니다. 우위는 이익을 불러오고, 그 이익은 다시 우위가 되어 더 큰 이익을 부르는 거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명 노포의 성공 이유를 냉정하게 조사해보면, ‘전부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라는 당연한 답이 나옵니다. 한번 성공하면 브랜드, 자본 등에서 우위를 갖게 되고, 이러한 우위가 계속 이어지는 경쟁에서 또 다른 성공으로 이끄는 우위가 되니까요.
“내가 이때까지 먹어본 국밥 중에서 가장 잘하는 곳이에요. 그러니 오래가는 게 당연하죠.”
이런 이유를 댈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오래된 유명 맛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맛을 보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래서 잘되는 거구나’와 ‘왜 줄을 서는지 모르겠네’ 두 가지뿐입니다.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그 이상이라면, 오래된 맛집이라는 결과를 정당화합니다. 살짝 미심쩍은 부분도 관대하게 납득하고 넘어가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정말 실망스러운 경우에만 ‘왜 줄을 서는지 모르겠다’라고 합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그 가게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잘되는지 이유를 찾지는 못합니다.
또 하나, 오래되고 잘되는 국밥집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요? 대부분은 남의 경험담과 기록 등을 보고 들은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그런 정보를 얻고 방문했을까요? 그들 역시 남에게 들어 알게 된 곳입니다. 결국 성공한 곳들은 이미 성공해서 알려졌기에 사람들이 찾게 된다는 마태효과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변하지 않는 맛’, ‘뚝심’, ‘맛에 대한 고집’ 등과 같은 수사로 맛집의 대박 요인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식재료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30년 전의 소・돼지와 지금의 소・돼지는 먹는 사료도 지내는 환경도 다릅니다. 농작물 또한 재배방식이 다르죠.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재료부터 크게 바뀌었고 계속 변하는 중인데,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뚝심과 고집은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어디에 붙여도 그럴싸한 말입니다.
성공을 했을 때, 또는 일정 이상의 성취를 얻었을 때의 우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브랜드가 알려지고 그에 따라 팬층이 형성되며 자금에 여유가 생기죠. 또 경력이 쌓이면서 늘어나는 노하우, 성공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입니다. 노력이나 재능도 중요하지만, 바로 이런 요소들의 합이 성공에 더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매출이 열 배가 되었다고 노력이나 재능이 열 배로 투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요소들은 한계가 정해져 있기에 보통은 변하지 않으며 아주 미미하게 증가할 뿐이죠. 이런 면에서 노력이나 재능은 사실상 상수라고 보아야 합니다.
오히려 성공의 규모가 커질수록 계속 증가하는 요소들은 브랜드 파워, 팬, 자금, 경험, 정보, 인적 네트워크 등과 같은 요소들입니다. 성공이 지속될수록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으며 우위로 작용합니다.
마태효과의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첫 번째, 성공의 가장 큰 혜택은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는 기반과 우위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애초에 가지고 있는 우위가 많다면 남들보다 성공을 거두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점이죠. 여기서 우위란, 자기계발과 성공 관련 콘텐츠들이 강조해온 노력이나 열정, 긍정적 사고를 비롯한 추상적인 개념들이 아니라 그것들이 언급하지 않은 실질적 요소들을 말합니다.
물론 우위를 확보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위를 확보할수록 성공의 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실패로 향할 가능성을 줄이며, 평균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마태효과는 우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줍니다.
이 포스트는 『멀티팩터 _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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