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플레가 무서운 진짜 이유

경제상식 경제공부/디플레 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4. 24. 17:46

본문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돈을 그렇게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가 급등하면 정부 재정이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미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이하 인플레’)보다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이하 디플레’)의 압력이 우세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공장설비, 그리고 노동력의 과잉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 2008년의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르쳐 주는 것

아래 그림은 미국의 잠재GDP(국내총생산)와 실제GDP, 그리고 GDP 갭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간단히 설명하지면 잠재GDP는 한 나라가 가진 노동력과 자본 등을 충분히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GDP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GDP 갭은 실제GDP와 잠재GDP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GDP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제의 설비와 노동력이 남아도는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의 GDP 갭은 2014년까지도 마이너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충격은 일시적일지 모르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꽤 장기간 지속되는 셈입니다. 미국 연준이 2015년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하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결국 GDP 갭의 플러스 전환 때문이었던 것입니다.(20151216, 금융위기 이 후 처음으로 정책금리 인상)

이번 코로나19의 충격이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2020년 미국 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 동안에 걸쳐 미국 등 세계 경제는 지속적인 디플레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물가가 안 오르면 좋은 것 아닌가?

 

“물가가 안 오르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1990년 이후의 일본 사례를 보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물가가 비싼 것에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택시비였죠. 기본요금이 600(당시 우리 돈 5,000원 전후, 이 시기 우리 택시 기본요금 1,000)이나 했고, 요금이 올라가는 속도도 너무 빨라서 운행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을 여행한 사람들은 일본의 물가가 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택시비나 전철요금은 여전히 비싼 편에 속하지만 숙박비나 음식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지난 25년 동안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필품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보면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첫째, 디플레는 결국 장기불황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가진 가진 자동차회사가 있는데, 판매량이 90만 대에 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회사는 제품가격을 인하하고, 더 나아가 고용하고 있던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해고하려고 들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1년이 아니라 2~3년 이상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 회사의 자동차 가격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정규직 근로자들마저 해고의 위험에 노출되겠죠.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떨어지니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해고되고, 기업이 경영난을 맞아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차를 저렴하게 파는 것이 경제에 좋은 일일까요?
둘째, 소비와 투자가 연쇄적으로 얼어붙게 됩니다.
앞으로 제품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누가 정가를 주고 물건을 구입하려고 들까요?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잡으면,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할 의욕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열광적인 마니아층이 제품을 구입하고, 이들이 입소문을 퍼트리면서 히트작으로 발돋움하는 선순환이 원천 봉쇄되는 셈이죠.
따라서 디플레가 시작되면 경제에 지속적인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기업은 혁신을 게을리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이며,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저축에 몰두하게 될 테니 말이죠.

소비자물가상승률 마이너스, 적신호

물론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디플레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19년 한해 동안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고, 일시적이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한 현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쇼크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음식, 숙박, 여행, 소매 등 주요 내수산업이 무너질 위험에 처한 만큼 디플레 위험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가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고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면, 자산시장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쇼크로 급락하기 전까지 11년이나 상승했던 이유도, 결국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2014년 이후 6년 연속 상승하는 데에는 저물가저금리 현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포스트는 홍춘욱의 디플레 전쟁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