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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사당과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의 작은 공통점과 결정적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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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트북스 2016. 12. 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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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사당과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의 작은 공통점과 결정적 차이점

 

한국 국회의사당에 ‘돔’이 있는 이유

나는 국회의사당을 볼 때마다 한마디 한다. “저 국적 없는 의사당 건물.”
국회의사당이 준공된 것은 1975. 당시 몇몇 건축가들이 이 의사당 건축에 참여하여 설계안을 제출했다. 결국 최종안은 몇 작품이 절충되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어떤 응모작품에도 돔 설계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돔이 들어간 것은 건축가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건축에 참여했던 건축가들은 원 설계가 평지붕인데 어떻게 거기에 돔을 올리느냐고 아연실색하며 극력 반대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권력자들의 귀에 그것이 들어갈 리 없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알아보기 위해 오래된 신문을 찾아보았다. 그때의 기사에 따르면(경향신문, 1969. 5. 28.) 외국에 가 보니 돔이 있는 건물이 좋아 보이더라는 일부 국회의원의 얕은 취향에 의한 일이었다. “애초 평지붕으로 설계되었던 것에 억지로 돔을 올리면 딱한 건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반대도 소용없었다.
아마도 권력자들이 해외 나들이를 하면서 본 선진국의 돔 의사당이 너무도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언뜻 보면 그리스 신전 모양 - 의사당의 외부 열주는 경회루의 석주를 본떴다고 하나 전체 모습은 신전 모양이지, 한국의 어떤 전통 건축물도 의사당의 외부 열주를 연상시키는 것은 없다 - 의 건물에 거대한 돔 하나가 졸지에 올려졌다. 그리스의 신전과 로마의 판테온이 한국에 와서 한국 특유의 비빔밥 문화에 의해 즉석 결혼을 해 버린 셈이다. 건축도 권력자들의 놀음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적 민주주의로 변형된 모습이다.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에 ‘돔’이 있는 이유

베를린에서 가서 본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을 떠올렸다.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의 전신은 원래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하고 19세기 말에 지은 제국의회 건물이다. 통일 이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면서 연방의회의 의사당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1990년대 의사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제일 큰 논란은 종래의 권위적인 의사당 돔을 철거하고 여기에 유리 돔을 얹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결국 이 기상천외한 유리 돔은 1999년 독일 연방의회의 입주와 함께 완성되어 독일 국민, 아니 전 세계 관광객의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 이 유리 돔은 누구나 올라가 밑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바로 의사당 대회의실이다. 독일 국민들 -물론 나 같은 관광객까지 - 은 국사에 여념이 없는 독일 국회의원들을 낱낱이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일 국회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감시받기 위해, 또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 유리 돔을 자진하여 설치한 것이다. 독일 정치인들의 민주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돔, 다른 이유

 

 독일연방의회의사당 돔 내부사진.

한국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돔과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의 돔, 그 차이는 무엇일까.
단지 국적 없는 돔, 건축양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돔이 올라갔다는 것, 그것 하나일까? 그것 하나라면 그저 웃고 넘어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양국 정치인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가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의 의미, 바로 그것을 여의도 국회 의사당 돔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면 그것을 나만의 지나친 생각이라고 쉽게 폄하할 수 있을까.

이 포스트는 경계인을 넘어서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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