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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어떤 과정을 거칠까?

경영 자기계발/셀트리오니즘

by 스마트북스 2020. 12. 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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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은빛 왕국

셀트리온 1공장(사진 출처 셀트리온 홈페이지)

셀트리온 1공장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는 유산입니다. 이 공장 바닥에서 셀트리온 직원들은 두세 달을 먹고 자면서 FDA(미국식품의약국)cGMP(current GMP, 선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아냈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동물세포 대량 배양 공장이자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수차례 보안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곳곳에서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빨간색 표지판과 해골 그림이 그려진 위험 경고문을 볼 수 있죠. 공장 안은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과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 관으로 이뤄진 은빛 왕국입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못해 번쩍번쩍 광이 납니다. 소음도 없습니다.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에어컨 소리가 전부입니다. 의약품 생산 구역은 지정된 사람 외에는 진입 금지입니다. 담당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과 헤어캡, 비닐 장화로 꽁꽁 싸매야 합니다.

업 앤드 다운

바이오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업 앤드 다운을 기억하면 됩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은 업스트림upstream 과 다운스트림downstream 으로 나뉩니다. 업스트림은 대량생산을 위해 체급을 늘리는 (scale up, 스케일 업) 과정이고 다운스트림은 엑기스만 남기는 다이어트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업스트림은 배양과 추출, 다운스트림은 정제와 완제로 구성됩니다. 동물세포를 키워(배양) 약효를 내는 단백질을 뽑아내고(추출) 불순물을 제거한 뒤(정제) 약병에 넣으면(완제) 끝입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45일간의 업스트림

세포주 배양

사진 출처 : 셀트리온 홈페이지

우선 액체질소 탱크에서 냉동보관된 세포주 Cell Line 를 꺼내오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세포주는 생체 밖에서 계속적으로 배양이 가능한 세포 집합을 말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의 기본 재료이자 앞으로 배양하게 될 동물세포들의 모태가 됩니다. 액체질소 탱크에서 급속냉각 세포주를 조심스럽게 꺼내 해동시킨 다음 본격적으로 배양 작업에 돌입합니다 1리터 미만의 작은 플라스크 단계에서 시작해 점차 용량을 늘립니다. 세포를 증식시키려면 영양분인 미디어media 와 완충제인 버퍼buffer 가 필요합니다. 버퍼는 액상 형태의 산도 조절제로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미디어와 버퍼는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생산물을 내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셀트리온은 자체 제조한 미디어를 사용하고 버퍼는 외부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세포분열 과정은 6주간 지속됩니다. 실험실에서 기초 배양이 끝나면 20리터 수준의 종 배양, 최종 단계인 본 배양을 거칩니다. 개체수가 늘어날수록 넓은 방으로 옮겨주고 영양분도 많이 줘야 합니다. 배양기의 크기에 알맞은 개체수와 최적의 배양 조건을 찾아내는 게 기술입니다.



바이오 리액터

사진 출처 : 셀트리온 홈페이지

배양한 세포의 최종 목적지는 15000리터 규모의 바이오 리액터(배양기)입니다. 15000리터면 단순 계산으로 2리터짜리 생수병 7500개를 합쳐놓은 크기입니다. 바이오 리액터는 건물 바닥부터 천장까지 설치된 게 아니라 바닥에 꽂힌 채 머리만 빼꼼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크기가 워낙 커서 한 몸이 두 개 층에 걸쳐 있습니다. 동물세포가 지나가는 모든 설비는 작은 나사나 못 하나 없이 매끄럽게 연결돼 있습니다. 옷감을 통으로 재단해 이음새 없이 만든 심리스옷처럼 철판의 용접 부분을 최소화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구불구불한 파이프라인들은 제멋대로 이어진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돌출돼 있거나 움푹 파인 곳이 있으면 그곳에 배양액과 찌꺼기들이 고여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입니다. 굽어진 각도나 연결부위들이 모두 과학적인 계산에 따라 설계된 것입니다. 최종 생산용 바이오 리액터에서는 세포들이 증식을 멈추고 약이 될 유효 성분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습니다.
세포들이 배설한 물질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걸러내면 업스트림 단계의 여정이 끝납니다. 원심분리기를 통해 1차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5, 한 달 반입니다.

일주일의 다운스트림

사진 출처 : 셀트리온 홈페이지

다운스트림 과정은 업스트림에 비해 짧습니다. 정제와 최종 제품 생산에 일주일이면 됩니다. 정제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회수된 단백질에 들어 있는 불순물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여과 및 침전, 크로마토그래피 공정 등에 2~4일이 걸립니다. 정제 공정을 마친 생산물을 DS(drug substance)라고 합니다. 용기에 담기 전 완충 용액을 말합니다. 원료의 약품, 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라고도 불리죠.
DS는 인체에 주입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가공해야 하는데 이를 F&F Fill&Finish 공정이라고 합니다. 희석용 물질을 첨가하거나 농축해 바이알()이나 주사기에 담아 완제품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생산된 제품을 DP(drug product, 완제 의약품)라고 합니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생산 규모가 큰 공장들은 벌크상태인 DS 그대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현지 업체인 박스터가 F&F 공정을 맡아 제품화하고 있습니다.

제품과 생산시설 함께 승인받아야

사진 출처 : 셀트리온 홈페이지

의약품은 제품과 생산시설을 함께 승인받아야 합니다. 만약 DS 생산과 F&F 공정이 다른 곳에서 이뤄질 경우 규제 기관으로부터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F&F 공정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에게는 계륵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된 제품을 만들면 그만큼 부가가치를 모두 얻을 수 있지만 충전과 포장 설비를 구축하고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하죠. 셀트리온은 국가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은 외주업체에게 F&F 공정을 아웃소싱하고 시장 규모가 작고 한국에서 가까운 곳은 송도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출해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바이오의약품사업은 개발부터 생산, 포장까지 모든 것이 철저한 통제와 계산 아래 완벽하게 이뤄져야 하는 종합예술인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셀트리오니즘 : 셀트리온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바탕으로 발췌, 재구성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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