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남남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 도시이다. 싱글족을 포함 대체로 가족 단위로 구성되는 도시 생활은 계약과 거래를 근간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처럼 도시 인구의 이동이 많은 나라는 드물다. 2~3년이 멀다고 이사를 다니니 도시인의 삶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개념은 없다.
농촌의 삶은 정반대이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농촌 마을은 특정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혈연과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주된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마을 주민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관계의 근간을 이룬다.
농촌에서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공동체적 특성을 갖는다. 농촌 인구가 줄고 정부의 정책으로 농업은 상당 부분 기계화되었다. 집집마다 경운기는 한 대씩 있지만 콤바인 같은 기계는 아주 고가이다. 이런 고가의 장비들은 마을 이장이나 지도자의 책임 하에 마을에서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뭄에 논물을 댈 때도 공동체의 상부상조하는 협업은 진가를 발휘한다. 아무리 제 논에 파놓은 관정에서 물이 콸콸 나온다고 하더라도 물길을 혼자 독점하는 법이 없다. 함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논에도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준다.
일 년간 키운 농작물을 출하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 농민은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직거래 판매도 하겠지만, 대부분 농축산물의 유통은 마을의 농협이나 지역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상인이 담당한다. 지역 농협의 조합장님은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하니 어떻게 보면 이 거래의 근간에는 ‘계약보다 인간적인 유대’가 우선시된다.
이 포스트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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