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있는 기업이 침체되는 5가지 이유
2000년에 인사 조직 분야의 저명한 교수인 페퍼와 서튼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하는 책을 펴냈다. 이 책 Knowing Doing Gap: How Smart Companies Turn Knowledge in Action(국내에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에서 그들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것을 자원기반이론의 논리로 말하자면, 훌륭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그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즉 조직 배태성이 결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표현하고 있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다 : 회의를 위한 회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말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것에 대해 그들은 ‘말(talk)만 하는 폐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회의를 위한 회의 하는 것이다.
회의는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길 일정까지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회의자료를 미리 만들어 배포하지 않아서 어떤 회의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회의에 오거나, 반대로 회의자료를 지나치게 치밀하고 방대하게 만들고 배포하느라, 정작 회의의 핵심 내용이 가려지는 현상도 일어난다.
회의 과정에서도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기보다는 의장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회의에서 일반적으로 지극히 옳은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회의 주제와 관계도 없는 자신의 평소 철학을 설파한다. 그러나 회의 의장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줄 때에도 순서를 정해서 형식적으로 발언하게 하고, 발언 내용은 회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회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도 회의에서 논의되거나 결정된 사항을 다음 회의 때까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에 대해 정하지 않고 마친다. 이러한 회의는 시간만 소모할 뿐 추진력을 갖지 못한다. 이런 회의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회의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강점이 조직에 녹아들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즉 조직 배태성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두 번째의 이유를 그들은 기존의 나쁜 습관(memory)에 의한 폐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에서 나쁜 습관이란 기존 방식을 되풀이하려는 타성을 말한다.
사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업무방식을 쉽게 바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조직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실행되기 힘들고, 새로운 강점이 터를 잡고 배태될 여지가 적다.
세 번째 이유로 그들은 두려움(fear)을 들었다.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조직은 은폐로 가득 차게 된다.
새로운 시도 끝에 실패한 사람에게 가혹한 처벌을 한다면 누가 새로운 시도를 할까?
이러한 조직에서는 새로운 강점을 개발하기보다는 그저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훌륭한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는 네 번째 이유로 그들은 성과 측정(measure)의 문제를 들었다.
조직에서는 대개 임원의 성과에 대해 2년 내지 3년의 임기 단위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 성과에 따라 보너스가 결정되거나 직책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는가?
2~3년 내에 본인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면, 당연히 그 임원들은 2년이하의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유익할 수 있는 강점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익률이나 시장점유율과 같은 수치적 성과에만 초점을 두게 되며. 팀워크나 의사소통, 협력 등은 관심 밖의 일이 된다. 그러나 조직에서 새로운 강점이 발견되고 개발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내부 경쟁구조(internal competition)가 조직을 동맥경화로 이끈다.
조직 내 경쟁은 거의 모든 조직에서 즐겨 이용하는 조직관리 방식이다. 심지어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에도 팀을 나누어서 경쟁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고전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협력과 소통은 자취를 감춘다. 개인 간 경쟁이 심화되면 개인 간 소통이 줄고, 팀 간 경쟁이 심화되면 팀 간 소통이 줄어든다. 지식의 소통이 단절되어 새로운 강점이 개발되거나 전파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이 포스트는 『잘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에서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