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개발 및 투자계획이 알려졌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블록체인을 실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블록체인 시스템이 산업계 등에서 쓰이는 예가 있나요?
해운 및 물류 시스템에 활용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운 및 물류의 경우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aersk사가 IBM과 제휴하여 화물의 이동을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추적 및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운의 경우, 하나의 배에 행선지가 다른 수많은 컨테이너가 실리고, 심지어 같은 컨테이너 안에도 화주가 다른 화물들이 섞여 있습니다. 즉, 해운사는 물류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엄청나게 다양한 화주를 상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입항 및 통관 처리를 해야 합니다. 기록이 복잡한 것만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기록을 작성하는 주체가 여러 나라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며, 기록이 중복 또는 누락되어 혼선이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화물의 화주와 세관의 관계자, 해운사 등이 화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계별 이동정보가 기록된 블록체인 형태의 분산 원장을 공유한다면, 화물의 이동과정이 신속하게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유될 것입니다.
화물 물류 블록체인이 구현되는 예는 이런 것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화주가 화물을 해운사에 접수시키면서 ‘화물 접수 및 대금 결제 완료, 화물 내용 및 일자는~’이라고 기록한 블록을 생성하고, 그다음에 그 화물이 트럭으로 이동해서 인천항에 도착하면 인천항에서 화물을 수령하는 담당자가 ‘화물 수령 완료, 수령 장소는 인천항’이라는 블록을 새로 작성해서 앞에서 화주가 작성한 블록에 이어붙입니다. 그러고 나서 출국 수속을 완료하면 세관직원이 ‘출국 수속 완료’라는 내용의 블록을 추가합니다. 그다음에는 ‘선적 완료, 항해중’, 그리고 목적지 항구에 도착하면 현지 세관 담당자가 ‘입국 수속 개시 및 관세 관련 정보’를 블록에 써넣어서 이어붙이겠지요.
이런 과정이 모든 관계자에게 공유되면서 화물의 이동 및 처리 단계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조회할 수 있으며, 기록 중복 및 누락의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류 분야의 변화는 아무래도 블록체인과의 관련성이 쉽게 연상됩니다. 물류라는 것이 결국 장부정리가 끝없이 따르고, 이를 효율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클 테니까요. 그럼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의료 분야, 환자 의료기록 관리
의료 분야의 경우,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의료기록을 관리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블록에 쓰이는 내용이 가상화폐 송금 내역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기록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면 엑스레이 영상이나 혈액검사 결과, 의사의 진료기록 등이 블록에 쓰이고, 진료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 블록들이 계속 추가되지요. 이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진료기록 블록체인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 권한을 부여받은 의사나 관계자들만이 내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료기록을 조회하려는 시도는 전부 ‘언제 A가 환자B의 C 기록을 조회하였음’이라는 식으로 블록에 기록되어 추가되고, 블록체인의 비가역적 특성상 나중에 조회 기록을 삭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환자가 자신의 의료기록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했는지를 알 수 있고, 여기에 대해 통제권을 가지게 함으로써 자신의 의료기록이 연구용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를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면, 자신의 데이터가 누구에게 어떻게 이용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줄여들 기 때문에, 데이터 공유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상화폐를 뒷받침하는 시스템만은 아닙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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