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파급 효과가 큰 분야 중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의료 분야를 선택하겠습니다. 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어떤 혁신이 도모되고 있나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탄생
의료 분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병원의 질병 진단 및 치료라는 전통적인 의료 분야, 그리고 평상시의 질병 관리 및 예방 분야입니다. 둘다 ICTInfo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 기술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보면, 기존에 병원의 정보화는 병원 행정을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입원 수속, 병실 배정, 각종 원무 수납 등 의사의 진료 행위 자체보다는 병원의 행정을 지원하는 기능 위주로 정보화가 이루어진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정보화가 의사의 진료를 좀 더 지원하는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의료기록을 DB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비슷한 질병을 가진 다른 환자들의 방대한 의료기록과의 대조를 통해서 질병의 진단 및 치료방법에 대해 데이터 기반으로 시사점을 얻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입니다. 무인진료는 아직 멀리 있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의 진단 및 치료 판단에 도움을 주는 지원 시스템은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완전히 맡기기는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의료행정 분야는 기술혁신이 오히려 쉽겠지만, 진단 및 치료 분야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되겠지요. 왓슨에도 기술적인 한계가 있겠지요?
홈즈 없는 왓슨의 한계
대부분의 인공지능 응용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왓슨은 대량의 진단 데이터 및 기존에 인간 의사들이 내린 처방의 조합에서 패턴을 찾아냅니다. ‘종양의 지름이 몇 센티미터 이하이고, 몇 달 후 얼마나 더 커지면 의사들은 암이라고 진단을 했더라~’라는 식으로 사례 데이터를 조합해서 암 진단을 내리는 것이지요.
다른 인공지능 응용 사례와 마찬가지로, 왓슨은 스스로 의학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며, 철저히 대량의 데이터에서 기계적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왓슨은 그 어떤 인간 의사보다도 많은 임상 사례들을 암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월하지만, 그 임상 케이스를 바탕으로 내리는 판단들은 철저히 암기 위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경직성이 심하며 도식적입니다.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와 벗어난 사례에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의사가 왓슨이 내린 처방을 보고 검토해주어야 하며, 인간 의사 없이 독자적 진료는 어렵습니다. 마치 셜록 홈즈가 하는 일의 상당수를 조수인 왓슨이 대신해줄 수 있겠지만, 홈즈 없이 왓슨 혼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데이터 의존적인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용성도 분명히 크기에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왓슨뿐만 아니라 애플워치Apple Watch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건강검진을 하는 등의 혁신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의료 분야에 또 어떤혁신이 가능할까요?
예방 관리 분야에 강점
현재 의료 분야의 ICT 융합은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 및 조기 발견, 만성환자의 일상적 질병 관리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확산은 이러한 예방 관리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병원 밖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저강도 의료행위들은 아무래도 병원에서 고가 전문장비와 전문인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단 및 치료보다 덜 정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신에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언제나 몸 상태에 대해 추적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비교우위입니다.
이것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좀 더 전통적인 사례로는 가정용 체온계나 혈압계를 들 수 있겠지요. 당연히 병원에 비치된 측정 장비보다 덜 정확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측정할 수있다는 장점 때문에 널리 쓰이니까요.
이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가정용 체온계나 혈압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장치로 맥박 등을 측정해서 부정맥이나 심장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장박동의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앱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피부에 생긴 반점 등을 촬영해서 곧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심각한 징후인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서비스도 개발 중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눈을 촬영해서 당뇨병이 망막혈관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를 상시 추적해서 인공지능으로 판독하고, 이상이 의심되면 병원에 자동으로 데이터를 전송해서 의사의 판단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로 걸음걸이나 보폭 등을 포착해서 알츠하이머 증세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위험한 발작 증상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들은 이처럼 과거에는 진료에 활용할 수 없었던, 일상에서 매우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여 사전에 위험을 포착하거나, 나중에 병원에서 진단할 때 진료 기초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SF 영화는 미래에 사람의 몸에서 아픈 부분을 기계로 대체해서 점점 안드로이드화되는 것으로 묘사하는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군요. 그래도 의사와 병원을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무리겠죠?
의사와 병원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나 인공지능 기반 자동판독 소프트웨어 등은 어디까지나 개연적인 답을 낼 수 있을 뿐 확정적 진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오류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대량 데이터를 통해 패턴 암기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근본적인 한계상, 오류 가능성은 감소할 수는 있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어들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등은 의료기기보다는 의료 보조기기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의료 관련 스타트업의 상당수는 전문적 의료기기보다는 의료 보조기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의료의 외연이 확장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외연 확장에만 의존해서 마치 ICT 기반 의료 보조기기가 있으면 병원에 안 가도 된다는 식으로 너무 과신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ICT 기반 의료 보조기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역할을 명확하게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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