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주의 편
외식업 창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점포 관련 비용입니다. 점포 관련 비용에는 보증금, 권리금, 월세 등이 있습니다. 초보 창업자들은 특히 보증금과 월세를 정해져 있는 고정금액이라고 생각해 부동산 관계자나 건물주가 얘기해주는 금액 그대로 계약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보다는 건물주 편입니다. 그 동네에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건물주와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면 결과적으로 건물주가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인데, 초보 창업자에게는 정말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고, 이만한 점포가 없다고 하죠.
보증금과 월세, 고정비가 아니다
모든 상가에서 보증금이나 월세를 유리하게 계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실일 경우 비어있던 기간에 비례하여 월세를 협상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월세조정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몇 개월 월세를 무료로 해서라도 들어가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상 시 큰 것부터 제시하고,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차선책을 꺼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건물주는 계약 시 약 10%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세나 보증금을 올려도 10%, 내려도 10%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고 최종 계약은 10%, 최대 20%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10퍼센트의 폭
예를 들어 월세가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건물주와의 협상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장님, 가게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어차피 경기도 좋지 않고, 제가 계약하지 않으면 한동안 비어 있을 것 같은데 월세 20만 원만 조정해주세요.”
그러면 놀라는 경우가 있고,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고, 강하게 부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건물주의 반응이 아니라 내가 얼마만큼 간절하고 원하는지입니다.
“뭐라고요? 20만 원요?”
“네, 20만 원요.”
건물주가 바로 월세를 내려주는 경우에는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되었다고 형식적인 인사로 끝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조그만 감사 선물이라도 하면 보통의 건물주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더 많은 배려를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 돼요, 20만 원이라니. 너무 많아요.”
이런 경우에는 한 번 더 말해보고 반응을 보아야 합니다.. 한 번 더 부탁했더니 심적 변화가 느껴지면 계약을 하루이틀 늦추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한 번 더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더 좋지 않으면 10% 정도로 하면 됩니다.
“사장님, 그럼 정말 힘들게 처음 창업하는 것이니 저를 도와주신다고 생각하고 10%만 부탁드립니다.”
이런 경우 웬만한 건물주라면 해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절대 요점만 짧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 그럼 10%만 깎아주세요”가 아니라 개인 사정, 경제적 상황, 기타 여러 이유를 함께 얘기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깎아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다시 고민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냉정한 건물주라면 계약기간 동안 다른 일들도 융통성 없게 처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보증금 역시 건물주와 건물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니,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서 협상하고,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이렇게 월세 한 달분 깎았다
서울의 중랑구 신내동에 점포를 구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곳이 괜찮아서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공실인 점포여서 부동산 사장님에게 월세 조정을 부탁했더니 딱 잘라 거절하더군요. 다른 곳에 비해 월세가 싼 편이라 부동산 중개사에겐 추가로 부탁하지 않고 건물주를 직접 찾아가서 사정했습니다.
“사장님, 제가 경험도 없고 돈도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해서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젊은 친구가 한번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몇 달만 월세를 무료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뭐…, 좀 생각해볼게.”
“아, 사장님 감사합니다. 건물 깨끗하게 사용할 테니 꼭 좀 도와주세요.”
며칠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여쭈었습니다.
“사장님, 그때 말씀드린 거 고려해보셨어요?”
“아, 월세?”
“네, 몇 달만 무료로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공사를 하다 보니 자꾸 늦어지기도 하고, 처음이라 참 힘드네요.”
“얼마나 필요한데?”
“그야 많이 해주시면 좋죠.”
“그건 안 돼.”
“그럼 두 달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두 달이면 안정될 것 같은데요….”
나는 최종 한 달을 생각하고 두 달을 제시했습니다.
“두 달? 안 돼!”
“사장님이시니까 제가 부탁을 드리죠.”
“그래도 그건 안 돼!”
“그럼 한 달만이라도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그래, 그럼 열심히 해봐.”
“사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과정 거쳐 한 달간 렌트 프리Rent free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포스트는 『골목식당 전쟁』(조현기 지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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