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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해고된 그는 왜 좋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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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201510, 트위터 사에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정리해고 상황이었다. 나는 해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친하게 지냈던 많은 동료들이 해고되었다. 그날은 마치 전시상황 같았다. 아침에 다들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매니저와 1:1 미팅이 잡히고 구글 캘린더를 통해 초대장이 왔다. 그것이 해고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1:1 미팅에 갔던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즉시 랩탑을 반납하고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가야 했다. 충격적이고 슬픈 경험이었다. 나도 건물 밖으로 나가 해고당한 친구들을 위로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고된 친구들은 세브란스 패키지severance package라는 퇴직금, 또는 위로금을 받았다. 2개월간의 월급을 받고, 소송을 걸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2개월치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있지 않았던 친구들은 해고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많이 슬퍼했다.

해고가 대박 기회? 정신승리인가?

그런데 실리콘밸리 경험이 많은 사람은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왜 슬퍼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았더니 해고당한 경험이 많은 동료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에게 이런 대박 기회가 오다니!”
? 이봐, 당신은 지금 회사에서 잘렸다고……, 자기합리화 같은 거야?’라고 묻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왜 해고가 기회가 되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어차피 실리콘밸리에서는 3, 4년에 한 번씩은 회사를 옮기잖아? 자신의 발전과 몸값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인터뷰를 준비하고 여러 회사에 면접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건 맞는 말이다. 나도 트위터에 다니면서 여러 회사와 면접을 보았지만,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본다고 대놓고 말하기는 꺼려졌다. 매니저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으므로 휴가를 내기도 하고, 가짜 회의 같은 것을 잡아 회의실에서 전화 인터뷰를 했던 기억도 있었다. 물론 눈치 빠른 동료들은 이미 내가 다른 회사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뭔지 모를 한 시간짜리 미팅을 만들어 전화를 하고 있으니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봉 두 배, 멋진 이직

해고를 당한 동료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동안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이 온 곳이 많았는데, 면접을 볼 시간이 없어서 이직을 생각만 하고 있었어. 안 그래도 머뭇거렸는데, 회사가 돈과 시간을 주면서 면접을 준비하고 볼 기회를 준 거지.”
이야기하는 동안 내 휴대폰에 알림 문자가 계속 왔다. 트위터의 정리해고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메신저를 통해 괜찮냐고 묻고 있었고, 링크드인에서도 20여 개의 메시지가 왔다.
“너한테도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많이 오지 않았어? 오늘은 리쿠르터들에게도 대박의 날이라고. 트위터에서 검증된 엔지니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날이니까. 누가 잘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마 너한테도 엄청 메시지가 갈 거야.”
링크드인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회사들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같이 큰 회사들도 있었고, 이름 모를 스타트업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몇 달 후 다른 회사에서 두 배의 연봉을 받고 일하게 되었다.

입사는 성숙한 연애

우리나라에서 입사는 마치 또 하나의 가족을 갖게 되는 이벤트 같다. 큰 가족에 합류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충성을 약속하고 헌신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그 가족을 떠날 때에는 관계와 평판에 큰 손실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입사는 연애와 같다. 그것도 아주 성숙한 친구와의 연애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함께하다가, 둘 중에 하나가 더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회사가 필요하면 미련 없이 돌아선다.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이다. 항상 서로 맞는지 체크하고 떠날 것을 대비한다.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을 보는 시각도 완전히 다르다.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회사, 매니저, 또는 프로젝트와 맞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이미 검증된 그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그냥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면접을 통해 그 회사와 맞는지 새롭게 검증하지만 말이다.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진짜 이유

실리콘밸리에서는 해고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노동시장이 매우 유연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듣기에는 분명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무 때나 해고될 수 있고, 그래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커리어를 위해 일한다. 회사는 내 커리어의 여정에 있는 현재 소속 팀일 뿐이다.
나도 회사를, 회사도 나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 덕분에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언제나 자신과 맞는 인재와 일할 수 있다. 큰 회사에만 뛰어난 인재가 있고, 스타트업에는 그보다 부족한 인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충분히 더 멋진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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