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더 큰 욕망을 부른다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겠어!’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날 저녁 바로 떡볶이를 시키게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어도 이 패턴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날 저녁이 다음 날 저녁으로 바뀌거나, 떡볶이에서 햄버거로 메뉴가 바뀐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굳게 마음을 먹고 시작한 다이어트가 금세 물거품이 되고, 참았던 만큼 더 큰 보상을 받으려 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돈 관리도 그렇습니다. 저는 예전에 종종 돈 관리에 규칙을 부여하곤 했습니다. ‘돈을 절약해야 해!’, ‘옷은 그만 사야 해!’ 등의 규칙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에서 실패하면 참았던 만큼 더욱 과도한 소비를 했습니다. 그런 스스로를 바라보며 한심하다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폭발 상태에서 관리 상태로 돌아오면 내 욕구들은 다시금 금지될 테니까요. 그러니 금지가 풀린 지금 유일한 이 기회에 내키는 대로 쓰는 행위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다이어트와 돈 관리는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한다는 점, 당장의 기쁨을 유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럼에도 나를 지나치게 억압하면 꼭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라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통제와 억압으로 성공할 수 없다
식단 관리나 돈 관리처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에는 통제와 억압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자기 통제를 위해서 우리는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데요. 이 의지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인간의 의지력을 하나의 ‘연료’로 비유합니다. 가스나 전기 등 다른 연료들처럼 인간의 의지력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통제나 억압을 하는 과정에서 두뇌는 ‘인스턴트 음식은 안 돼!’, ‘저 옷은 사면 안 돼!’ 하고 의지력을 발휘해 결단을 내리는데요. 그 과정에서 두뇌는 많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결국 의지력을 많이 사용할수록 두뇌는 과부하 상태에 놓이고,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의지력은 동이 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단기간에 끝나는 프로젝트라면 의지력을 이용해 자기 통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일 밤까지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를 위해 오늘 하룻밤 정도는 하얗게 불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단 관리나 돈 관리처럼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목표는 통제와 억압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의지력이라는 연료가 금방 고갈되고 말 테니까요.
출근에만 하루치 의지력 소모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 관리에 추가적인 의지력을 사용하기는 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할당치의 의지력은 모두 소진할 때가 많습니다. 일을 하면서 쌓이는 피로감은 또 얼마나 많나요. 퇴근을 하면 의지력은커녕 조금도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출 관리를 ‘굳센 마음으로’, ‘의지력을 발휘하여’ 하는 방식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습니다.
먹지 마, 대신 뭘 먹을까?
제가 수십 차례의 다이어트를 끝내고 만족스러운 식단 관리를 하게 된 시점은 더 이상 ‘이건 먹으면 안 돼!’, ‘저것도 먹으면 안 돼!’ 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서부터입니다. 그렇다고 식단 관리를 포기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규칙들을 만들어 저를 통제하는 대신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를 관찰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자 과자 금지, 떡볶이 금지, 술 금지 등 수많은 금지 사항들로 스스로를 가둬놓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과자를 먹으면 당장은 맛있지만 다음 날 얼굴에 뾰루지가 났습니다. 떡볶이는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었지만 금세 속이 더부룩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면 신이 났지만 다음 날까지 두고두고 피로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고 강요하지 않을 때, 그래서 비로소 그 음식을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생겼을 때 이러한 결과들 역시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좋지 않은 결과들을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는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관찰로 알게 된 “쓰고 싶지 않아”
어떻게 당장의 기쁨을 유예하는 것과 나를 억압하지 않는 게 동시에 가능할까요? 저는 통제 대신 관찰을 제안합니다. 규칙에 반항하듯 돈을 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관찰을 하기 시작하면 보입니다. 분위기가 좋아 마시긴 했지만 여기 커피 값이 비싸긴 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느껴집니다. 구입하고 읽지 않은 책이 보이기 시작하고, 무리해서 술값을 낸 후에는 마음이 찝찝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패턴은 어찌나 분명한지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소비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여기에 쓰는 건 별로야’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를 알고 나면 다음에는 선뜻 같은 곳에 돈을 쓰게 되지 않습니다. 쓰면 안 돼서, 쓸 수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외부의 규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불만스러운 지출은 비교적 쉽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통제가 필요한 거 아니야? 통제가 없으면 나는 바닥까지 써 버릴지도 몰라’라며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통제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통제가 효과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지속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방식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다른 방식을 시도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이 포스트는 미스 페니의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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