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에 에디슨의 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는 밤을 밝히기 위해서 고래기름 등을 태워 등잔불을 밝혔고, 원거리 이동은 말이나 배가 전부였습니다. 20세기를 전후한 기술혁신은 확실히 인류의 삶을 바꾸었고,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그 영향력 아래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엄청난 기술혁신으로 우리는 그만큼의 생활상 변화나 생산성 혁신을 이루고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내용의 문제라기보다 명칭의 문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루이 16세가 “반란이 났는가?”라고 물으니 신하가 “아닙니다, 폐하. 혁명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하지요.
4차 산업혁명이냐 아니냐도, 당시 시점에서는 알기 힘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후적으로 규정될 것 같습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이 3차 산업혁명의 일부라고 분류했는데, 인터넷 혁명을 과연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의 변화보다 덜 근본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4차 산업혁명 시기를 구분지어 보라고 한다면,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을 4차 산업혁명으로 구분짓고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인 ICT 융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마케팅인 O2O서비스 같은 것은 5차 또는 4.5차 산업혁명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이렇게 나누기 시작하면 끝이 없죠. 이렇게 따지면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구 등 전기기술의 도입, 자동차의 발명, 항공기의 발명 등이 전부 포함되는데, 이것을 모두 쪼개어 전기의 발명 전후를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고, 또한 자동차의 발명 전후, 항공기의 발명 전후를 나누어야 한다는 말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1차 산업혁명도 증기기관차와 철도의 확산을 계기로 전후기로 나누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고요.
결국 ‘몇 차 산업혁명이냐?’라고 차수를 따지는 것은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명칭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이런 명칭문제를 가지고 4차 산업혁명이 맞느니 틀리느니 집착하는 것도 무의미한 논쟁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런 논쟁은 말 그대로 지적유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단 널리 퍼진 개념을 수용하면서 현재의 쟁점을 풀어가는 것이 훨씬 실용적일 것 같습니다.
기술적 트렌드, 큰 흐름에 주목할 것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칭보다는 그것이 가리키는 기술적 트렌드의 큰 흐름에 주목해야 하고, 그 트렌드가 4번째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명칭에 좀 부족하더라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공립학교가 아니라 사립학교를 Public School이라고 부르는데 황당합니다. 그러나 영국 사람들은 ‘아,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비싼 학교?’라고 다 알아듣습니다. 원래 언어라는 것이 일단 한번 명칭이 붙어 많은 사람이 쓰며 널리 퍼지면, 그 명칭이 합당한가 아닌가에 상관없이 쭉 이어지는 관성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이나 유럽, 아시아권에서는 쓰지만, 정작 IT 산업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잘 안 쓰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이 명칭이 널리 퍼져버렸으니, 버리기보다는 그냥 좀 더 여유 있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4차 산업혁명이라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IT 융합 서비스 등이구나”라고 알아들으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는 그것이 3.5차나 5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더라도요.
미국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용어를 써버리면 굳이 이런 논쟁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더 원대한 포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명칭은 어떻게 보면 4차 산업혁명이란 명칭보다 더욱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전부 디지털화하겠다는 것이니까요.
BMW그룹의 회장인 하랄드 크루거는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세상과 실제 세상의 연결’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처럼 기존에는 IT와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일반 기계 같은 물리적 대상들을 모두 IT 기술과 접목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 있지요.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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