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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까? :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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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에 대한 논의는 거의 대부분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집중되었습니다. 이런 논의는 주로 미래에 대한 공포만 키우는 쪽으로 진전되기 일쑤였습니다.
따라서 일자리의 수에 대한 전망보다는, 오히려 일자리의 성격이나 특징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 일자리는 어떤 식으로 바뀌어 갈까요?

융합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미래의 일자리 변화에는 기술 이외에도 사회문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IT 신기술 및 이러한 신기술이 전산업에 걸쳐 융합되면서 발생하는 변화로 좁혀서 보겠습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은 이른바 ‘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 범용기술라고 불리며, 마치 과거 PC나 인터넷의 발명처럼 거의 모든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이러한 범용 신기술의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는 전문적인 IT 인력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특징이 바로 융합이므로, 이러한 범용 신기술들이 IT 이외의 다른 산업들로 확산되고 융합되는 과정에서 또 새로운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일단 기술혁신이 IT 분야에 집중되니, 일자리 문제도 IT 분야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겠군요. 지금도 IT 분야에서는 기술혁신이 매일 같이 이루어지고 일자리가 계속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핵심 개발자, 예를 들어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새로 만드는 수준의 개발자들은 지금도 극소수일 텐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종에 한정해서 보면 다양한 분야로 분화되지 않을까요?

IT 전문인력의 다변화

IT 전문인력, 개발자들도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운영체제나 인공지능 등 핵심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핵심 전문인력이 있습니다. 이른바 원천기술을 다루는 일이죠.
그러나 모든 개발자가 이러한 코어 레벨의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원천기술을 구체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하는 응용 수준의 개발을 하는 인력들도 있습니다. 크게 보면 기초 및 원천기술 등 코어기술 수준과 응용기술 수준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전자인 코어 레벨 개발에서는 어떤 컴퓨터언어, 어떤 툴을 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기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공학 이론, 수리적 센스와 같은 기본기가 더욱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 기술보다도 오히려 수학과 통계학적 기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기술 등의 기본원리와 알고리즘을 다 이해하고 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엑셀이 만들어진 원리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인공지능 기술 등의 알고리즘이 모듈화되어 라이브러리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활용하면 인공지능의 기초 알고리즘까지 알지 못해도 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응용 개발자들은 구체적인 응용 개발 툴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핵심 코어 개발자는 여전히 소수일 것이고, 응용 개발자들은 수요가 훨씬 클 것 같은데요. 이것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IT 기술, 간접적 효과에 주목해야

코어 레벨의 개발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양적으로 보면 응용 개발자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요. 그렇다고 코어 레벨의 개발영역이 일자리 창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코어 레벨의 개발이 제대로 안되면 응용 레벨의 개발도 잘될 수가 없습니다. 코어 레벨의 개발에서 일어난 혁신은 응용 레벨의 개발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일으킵니다.
, 코어 레벨의 개발영역에서 직접적으로 창출하는 고용은 작지만, 다른 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그 일자리의 질과 업무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응용 개발자들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그것들이 활용되는 모든 분야에 걸쳐서 파급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전자상거래 앱을 개발하는 경우를 봅시다. 기초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한 모듈을 개발한 코어 개발자가 있기에, 그러한 모듈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앱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응용 앱개발자의 고용이 생겨납니다.
또한 앱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수많은 업자들이 사용합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도 전자상거래 앱을 사용할 것이고, 동네 골목의 가게들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자상거래 앱을 통해 매출이 늘어난 유통업체 및 가맹점포에서 고용을 늘릴 것이고, 그 업체들이 판매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매출 역시 늘어나면서 고용이 창출됩니다.
이 경우 개발 인력뿐만 아니라 영업 및 판매, 생산, 일반사무 등을 담당하는 인력도 고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IT 기술의 혁신으로 IT나개발 인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종류의 일자리까지도 고용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IT 기술은 이처럼 고용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직접적인 고용만 보면 안 되고, 다른 분야의 고용창출 및 노동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는 촉매로 작용하는 간접적 효과가 더욱 중요합니다.

IT 분야 이외의 일자리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제라도 코딩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든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커지기도 합니다. 이른바 ‘문과 출신’들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식의 노력이 필요할까요?

더 중요한 건 해당 분야 지식

 

IT 기술이 기존 IT 산업의 테두리 밖으로 광범위하게 융합되므로, 당연히 융합적 업무를 하는 인력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등 IT 기술을 의료에 응용하는 경우에는 양쪽의 접점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IT도 알고 의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경우 IT가 적용되는 대상 분야인 의료에 대한 지식, 즉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주가 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IT 기술에 대한 지식이 주가 되어야 하느냐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둘 다 주전공이 될 수 없으면, 하나가 주전공이 되고, 다른 하나는 부전공이 되어야 하지요. IT 융합 분야의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는데, 대체로 IT 기술을 잘 아는 것보다는 그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를 잘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 의료와 IT 융합이면 의료지식, 금융과 IT 융합이면 금융지식, 제조와 IT 융합이면 제조공정에 대한 지식이 먼저 받쳐주어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IT 기술을 적용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 <아마겟돈>을 보면 지구와 부딪히려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에 나가서 소행성에 깊숙이 구멍을 팝니다. 그때 NASA는 우주인에게 구멍 파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석유시추선에서 구멍을 파는 전문가들을 데려와서 우주비행사 교육을 시키지 않습니까? 이 경우 도 석유시추라는 구체적인 도메인 지식이 우주비행이라는 범용기술보다 더 우선시되는 사례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IT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사용이 점점 더 간편해질 것입니다. PC도 처음 나왔을 때는 숙련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닌 것처럼요. 그러나 그 IT 기술이 적용되는 비 IT 분야의 지식, 즉 도메인 지식은 시간이 지나도 더 수월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은 거의 모든 의사가 간편하게 PC를 조작해서 의료기록을 입력하고 조회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의대에 들어가서 의학공부를 하고 의사가 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비 IT 분야의 IT 융합에서는 IT 기술보다 오히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IT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은 정말 진입장벽이 높더라고요. 그런데 과연 저 같은 문과 출신들도 앞으로 기술혁신에 적응해갈 수 있을까요?

무엇을 안 배워도 되는지 추리는 게 관건

사실 IT 기술을 활용하는 쪽에서는 기초적 IT 소양 내지는 IT 문해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도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모든 산업에서 IT 기술이 대대적으로 적용될 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IT 문해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커다란 사회적 과제입니다.
과거에는 문맹퇴치가 큰 과제였는데, PC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이른바 컴맹 퇴치가 사회적 어젠다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는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둘 수 없고 공교육에 포함해 모든 사람이 배우는 보편교육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 뿐만 아니라 무엇은 안 배우고 넘어가도 되느냐?’라는 문제가 더 중요해집니다. 워낙에 방대한 지식 속에서 누구나 꼭 배워야 하는 핵심만을 추려서 뽑아내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딥러닝 알고리즘 같은 것을 모두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일단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바탕해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모른 채로 대량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일은 사람보다 매우 잘하고, 반대로 어떤 일은 사람보다 대단히 못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고, 자율주행차를 사고를 내지 않고 제대로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대량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있기 때문에, 데이터 생성이나 보안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NS를 사용할 때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들이 광고로 막 뜬다면, 과거 나의 사용 패턴 데이터가 수집·분석되었기 때문이라 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요.
앞으로는 마치 지금 엑셀을 다루듯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추가로 배워야 할 것들이 생겨나고, 그것이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리 두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공포가 더욱 증폭됩니다.
따라서 마치 과거 서당에서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수만 자가 넘는 한자 중에서 딱 천 자만 골라서 천자문으로 가르쳤듯, 전공자가 아니면 이 정도만 알면 돼!’라는 컨센서스를 정립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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