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의 소재는 초창기에는 목재, 금속, 가죽 등 천연소재를 활용했으나 기술발전과 함께 탄소섬유 등 고성능 강화섬유, 파인세라믹 등 신소재 복합재료로 발전해왔습니다.
야구 배트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목재 배트, 목재에 열경화성수지를 넣어 압축한 목재 압축 배트, 알루미늄 경합금을 사용한 금속 배트,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본 배트입니다. 금속 배트는 목재 배트보다 내구성이 더 좋으나(목재는 1천 타, 금속은 1만 타 정도를 견딜 수 있다고 함), 타구음이나 사용감은 목재 배트가 더 낫다고 합니다.
1980년대에는 타구음을 개선하기 위해 배트 제작에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공이 배트 중심을 빗겨 맞을 경우, 손목에 큰 충격을 주는 문제가 있었죠. 이후 유리섬유보다 가볍고 탄성이 좋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여기에 폴리우레탄 발포수지를 충전하여 목재 배트에 가까운 타구음을 냈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단일 무가공 천연목재 배트만 허용하고, 고교 및 대학야구에는 목제압축과 금속배트, 소프트볼은 카본 배트를 사용합니다. KBO에서는 한국산 18개를 비롯해 총 35개 브랜드의 배트가 공인배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종종 부정배트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타자들 사이에는 코르크로 속을 채운 배트를 사용하면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1970년 이후 MLB에서 코르크 배트를 사용하다가 적발된 타자는 6명이며, 2003년 시카고컵스의 홈런왕 새미 소사가 탬파베이와의 경기 도중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코르크 배트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죠. 그러나 속을 깎아낸 코르크 배트는 더 빠른 배트 스피드를 낼 수는 있지만, 반발력이 떨어져 공을 배트에 맞힌 순간의 타구 속도는 보통 배트보다 느려서 오히려 장타를 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초기의 테니스 라켓은 프레임과 그립이 하나로 된 일체형으로, 목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구부러지거나 뒤틀리는 문제가 생겨, 베니어합판을 층층이 쌓은 합판 적층재로 목재를 대체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알루미늄 경합금과 유리섬유강화 FRP, 1970년대는 그라파이트, 1980년대 이후에는 플라스틱에 강화섬유를 섞은 복합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가볍고, 강하고, 자유로운 가공이 가능한 알루미늄 경합금 등 복합재료를 사용하면서 원형, 계란형, 사각형 등 다양한 모양의 라켓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라켓이 가벼워짐에 따라 선수들은 더 빨리 스윙할 수 있었고 공의 스피드도 빨라졌습니다. 또 헤드 사이즈가 커지면서 일반인들도 공을 쉽게 넘길 수 있게 되었죠. 프레임 내부에 유연한 폴리아미드 계열의 수지를 넣어 라켓에 탄력성을 주거나 라켓 헤드 부분에 내구성이 좋은 소재를 넣는 등 테니스 라켓의 소재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15세기에는 골프 클럽으로 물푸레나무나 주목을 사용했습니다. 샤프트와 헤드는 양쪽을 경사지게 잘라서 서로 접착하고 실로 묶었다. 동물의 뿔을 붙여 내구성을 높였고 납으로 무게나 밸런스를 조절했죠. 클럽 1세트는 드라이버 1개, 스푼 2개, 퍼터 1개로 구성되었습니다.
18세기에는 타구음이 좋고 색조도 아름다운 감나무가 물푸레나무를 대체했습니다. 아이언 헤드는 단조품을 사용했죠. 20세기에 들어서며 아이언 헤드는 주조품을 사용했고, 샤프트는 목재 대비 강도와 탄성이 우수하고 재질이 균일한 스틸이 급속히 보급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 샤프트는 가볍게, 헤드는 상대적으로 무겁게 하여 스윙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F15 전투기의 꼬리날개 강화재 소재인 보론섬유, NASA 등 우주항공 분야에 널리 사용된 탄소섬유와 같은 신소재를 활용했습니다. 탄소섬유는 1960년대에 개발되었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다가 1970년대 말부터 쓰이게 됐죠.
골프채 헤드는 주로 티타늄 합금을 사용합니다. 티타늄은 경주용 오토바이, F1 머신, 고급 승용차의 엔진 부품 소재로도 사용되는데 반발계수가 높아 골프공을 멀리 보낼 수 있고, 부피가 큰 헤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의 로열 앤 에이션트 골프클럽R&A의 「디스턴스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소재기술의 발전으로 프로골프 선수들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1980년에 1900년 대비 100야드 이상 늘어났고, PGA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는 최근 25년 동안 약 30야드 늘어났습니다. 두 단체는 비거리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 기준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육상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로, 스파이크의 경량화와 충격완화가 중요합니다. 스포츠 업체들은 신발형상 변경, 스파이크 배열 조정등 디자인 개선과 함께 소재 혁신을 추진해왔습니다. 인공피혁을 사용하여 무게를 줄이고, 발바닥 부분에 합성섬유를 보충하여 압력을 분산하며, 스파이크 핀을 금속에서 파인세라믹으로 바꾸어 달리는 속도를 높였죠.
최근 육상계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소재는 탄소섬유판입니다. 2019년 케냐의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마의 2시간 벽을 깨뜨렸습니다. 시합을 위해 특수 제작한 운동화 바닥에는 탄소섬유판이 3장 들어갔는데, 이 섬유판이 스프링 역할을 해 앞으로 내딛는 힘을 키워줍니다. 이 운동화를 신은 선수는 1~1.5% 경사진 내리막길을 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니다.
국제육상연맹은 킵초게의 운동화가 기술도핑이라는 논란이 일자, “특정 선수만을 위한 신발은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고, 탄소섬유판은 한 장만 허용한다”라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우사인 볼트가 자신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립한 세계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울 때에도 탄소섬유판이 들어간 육상화를 신고 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많습니다. 1906년 오사카에서 창업했으며, 골프·야구용품에서 인지도가 높은 종합 스포츠 메이커 미즈노, 1935년 야구 유니폼 업체로 출발하여 개성 있는 스포츠웨어 업체로 성장한 데상트, 노르웨이 스키팀의 공식 스폰서이며 봉제기술과 특수섬유로 스키웨어 정상급에 오른 피닉스(1952년 창업), 1921년 오사카의 철공소로 출발한 글로벌 자전거 부품 메이커 시마노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그 밖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재기술로 성장한 작은 스포츠용품 기업들도 있습니다.
야마모토광학 :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야마모토광학은 자외선 차단 안경을 만든 특수안경 업체였습니다. 패전 후에 물안경을 만들기 시작해 백조표 물안경1946년 등 히트 상품을 여럿 내놓았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육상경기연맹의 의뢰로 마라톤용 선글라스를 제작하게 된 야마모토는 자외선을 99% 차단할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사용해 일본 선수들의 얼굴 모양에 맞춘 렌즈 프레임 일체형 선글라스를 선보였습니다. 일본 여자 마라톤 대표 아리모리 유코가 야마모토의 선글라스를 쓰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을 따내면서, 작은 중소기업이었던 야마모토광학은 세계시장에 알려졌죠.
미카사 : 배구공
미카사는 창업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으로 고무 소재를 잘 다룹니다. 미카사의 배구공은 1964년 도쿄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공인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미카사는 배구공에 탄력을 더하고 완벽한 구형을 만들기 위해 고무소재 기술, 3,000m 실 감기 기술 등을 발전시켰으며, 배구공에서 축적한 고무기술을 선박 추진체 베어링 소음을 줄이는 소재(테프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재가 스포츠와 함께 발전했고, 스포츠를 통해 발전한 소재는 다른 첨단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항상 있어왔고, 삶의 풍요로움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 소부장 산업입니다. 소부장 산업의 문제를 산업정책을 넘어 경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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