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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설탕

인문 교양 읽기/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2

by 스마트북스 2021. 5.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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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생산을 위해 식민지로 눈을 돌리다

과거 설탕은 왕족이나 귀족들만 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중동인도중국 등지에서 교역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은 서인도제도의 섬들과 브라질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사탕수수 재배에 돌입했다.

영국의 소설가 다니엘 디포가 1719년에 쓴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은 브라질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하는 농장주로 그려진다. 그가 배를 타고 항해한 이유는 자기 농장에서 일할 노예를 사오기 위해서였는데, 아프리카 기니로 가던 중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설의배경은 당시 유럽인들 사이에서 신대륙으로 건너가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일이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통해 단맛을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지만 곧바로 설탕으로 가공하지는 못했는데 바로 기후와 노동력 때문이다. 사탕수수의 재배에는 적당한 강우량과 온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토양의 비료분을 소모하기 때문에 토질이 쉽게 황폐화하는 경향이 있어 한 곳에서 계속 재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재배한 사탕수수를 가공해 설탕을 추출하는 과정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사탕수수는 베어낸 후 얼마나 빨리 분쇄한 다음 원액이 되는 설탕즙을 짜내는가가 관건인데, 설탕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예 내지 노예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다. 비옥한 토지와 노동력, 이것이 바로 유럽의 지배계층이 설탕 생산을 위해 식민지로 눈을 돌린 이유다.

 

흑인 노동자를 활용해 사탕수수를 재배하다

결국 유럽의 지배계층들은 식민지에서 설탕을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브라질이나 카리브해의 섬들에서 사탕수수를 생산해 설탕을 제조하기 위한 대규모 농장인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플랜테이션이란 선진국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후진국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규모 기업식 농업을 말한다. 초기에는 식민지의 비옥한 토지에 백인 노동자들을 데려와 일을 시켰지만, 사탕수수 재배 규모가 더욱 커지자 아프리카 흑인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도입됐다.

오늘날 카리브 지역의 여러 섬에 원주민보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 더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아프리카 토속 종교와 크리스트교가 혼합된 부두교가 이색 종교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다양한 설탕의 용도

당시 설탕은 용도가 다양해 16~17세기 유럽에서는 설탕을 결핵 등 주요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썼다. 한편 설탕은 아시아에서 수입한 후 후추나 기타 향신료 못지않은 고급 조미료였기에 신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설탕은 다른 조미료와 달리 신비로운 흰색을 띠는 까닭에 국왕이나 귀족의 파티나 의례를 화려하게 장식하곤 했다. 18세기 무렵부터는 일반 서민들의 아침식사에 등장하는 조미료가 되었는데 설탕을 대량 생산할수록 그만큼 더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신대륙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_ 이 포스트는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2』 5장 음식에 숨어 있는 경제학 원리(박정호) 165~168쪽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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