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고깃간에는 고기가 널려 있고 마굿간에는 살진 말이 있는데, 백성들은 곡식이 없어 굶주리고 들판에 굶어죽은 시체가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서 사람을 잡아먹게 한 것이나 진배가 없다. …(중략)… 일반 백성은 항산(恒産)이 없으면 그로 인해 항심(恒心)을 가질 수 없다. 항심이 없으면 방탕하고 간사하고 사치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게 된다. 그들이 죄를 범한 후에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곧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과 같다.
맹자는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의 길이 자연히 열린다고 주장했습니다. 백성을 하늘로 생각하고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 정치의 골자이며, 백성들의 실생활을 돌보는 것이 왕의 도리라고 설파한 것입니다.
이 말은 오늘날도 국민들의 생활안정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신문사설 등에서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식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항심, 항산, 엘리트 정치 등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인의(仁義)입니다.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나오는 말을 보죠.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사람들이 진정 마음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복종할 뿐이다. 덕으로 복종시키면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부터 기뻐서 성심으로 그에게 복종한다.
맹자에 따르면, 나라에서는 백성이 가장 귀중하며 토지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그보다 못한 존재입니다. 당시는 군주를 귀하게 여기고 백성을 천시했는데 그는 백성을 더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무력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패도(覇道)가 횡행하던 시대에 부국강병에만 의존하는 패도정치를 배척하며, 지도자의 덕으로써 백성들을 감화시키는 왕도정치를 주장한 것입니다.
맹자는 ‘나라를 활발하게 하여[活國; 활국] 백성을 구하자[救民; 구민]’는 활국구민(活國救民)을 주장합니다. 그가 꿈꾼 왕도정치는 유학자들에게는 현실정치의 이상이 되었고, 때로는 패악한 군주를 비판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맹자는 공자와 달리 왕이 왕답지 못하다면, 즉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강제로 굴복시키는 패도정치를 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역성혁명론(易姓革命論)을 주장했습니다. 나라에서 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백성이니까요.
제선왕_ 탕왕이 걸(桀)을 쫓아내어 가두고, 무왕이 주(紂)를 정벌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_ 옛 기록에 있습니다.
제선왕_ 신하가 자기 왕을 죽여도 됩니까?
맹자_ 인(仁)을 헤치는 자를 적(賊)이라고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합니다. 잔적(殘賊)을 일컬어 한 사람의 필부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필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왕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걸(桀)은 중국 고대국가인 하나라의 마지막 군주로 포악하고 사치스러웠기에 제후였던 탕(湯)이 그를 토벌하고 상나라를 세웠습니다. 주(紂)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여 주지육림(酒池肉林)에서 사치하고 음탕한 나날을 보냈으며, 녹대라는 궁궐을 짓느라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이에 제후였던 주나라의 무왕이 다른 제후들과 연대하여 공격했으며, 결국 주왕은 녹대에서 자살하고 상나라는 멸망했습니다.
맹자는 걸과 주는 왕답지 않았으므로 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쫓아낼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전국시대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고 권력을 누리던 시대였는데, 그는 약한 자가 도덕적으로 올바르다면 역으로 강한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역성혁명론을 통해 강조한 것입니다.
역성혁명론을 들은 왕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겠죠? 사실상 이 역성혁명론은 맹자가 살아생전에 쓰임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훗날 그의 역성혁명론은 왕조 전복의 중요한 이데올로기 역할을 했습니다.
이 포스트는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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