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숫자를 세어보라.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예상보다 많아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유심히 보라. 하나같이 좋은 길목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2층에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1층, 그것도 후미진 곳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있다. 또다른 업종인 옷가게도 비슷하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왜 이런 곳에 자리하고 있을까?
한 동네에 위치한 중개업소들이 보유 중인 물건들은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다
. 중개사의 영업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물건이 그 물건인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부동산이라면 사실상 거래하는 상품의 차이가 없다. 같은 동네의 업소들은 이처럼 서로 거의 동일한 상품을 파는데다가 가격도 지역 평균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차별화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 부동산을 찾는 손님들도 혹시나 싶어서 여러 곳을 방문하는 것이지, 각각이 차별화된 곳이라 여러 중개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점포의 공간을 점유하지 않으므로 회전이 매우 빠르다. 그러므로 방문자 수를 증가시켜 구매 의향을 가진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보행량과 매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동인구의 입점률은 약 5%로 보행인구 100명당 5명이 가게로 들어온다. 결국 50명이 가게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보행인구 1,000명이 필요하며, 500명의 경우 1만 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매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보행인구가 더 많아야 한다.
이렇듯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업종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큰길에 주로 위치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면 휴대폰 판매 매장들이 즐비한 이유 또한 이와 같다.
이것은 소매유통업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업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매출의 한계가 결정되고, 사실상 그에 맞춰 입점할 수 있는 곳이 정해진다. 그래서 임대료에 따라 도로 주변에 들어설 수 있는 가게들이 서로 달라지며,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도로의 풍경이 결정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주변의 길거리가 달리 보일 것이다.
이 포스트는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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