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경리단길은 서울의 주요 상권 중에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이태원의 위성 상권으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태원에 대한 인식은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치안 때문에 함부로 가기 꺼려지는 곳이었다. 그랬던 곳이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색적인 분위기와 음식점들이 가득한 유명 상권으로 변했다. 이태원 상권이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자 경리단길로 확장된 것이다.
경리단길 상권의 길목에는 추로스 가게가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가게는 경리단길의 성장과 맞물려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경리단길을 대표하는 가게가 되었을까?
사실 추로스는 대단한 음식이 아니다. 일종의 스페인식 도넛으로 짤주머니 안에 넣은 반죽을 그대로 뽑아 굽거나 튀긴 음식이다. 특별하게 맛있다기보다는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의 감상을 남기는 음식이 다. 이보다 더 대단한 디저트 가게들은 다른 곳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게가 잘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리단길의 특성과 이곳의 위치를 생각해보자.
이태원과 그 위성 상권으로 발달한 경리단길 일대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의 상권이다. .외국인들이 주류가 되어 성장한 동네이므로 그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많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상점들이 자리잡았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즐기려는 것이며, 강남, 종로 등을 찾을 때와는 소비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좀 더 과감한 것에 도전할 의향이 있고, 새로운 것에 돈을 지불할 의향도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태원과 그 위성 상권들은 동네 전체가 방문자들에게 놀이기구 없는 테마파크나 다름없었다.
그 상권의 하나인 경리단길 입구에 추로스를 파는 가게가 떡하니 서 있었다. 경리단길 탐방을 위해서는 그곳을 지나쳐야 한다. 입지조건이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게다가 추로스는 개당 2~3천 원대에 불과하다. 가격이 낮아서 놀러와서 기분내기 부담이 없다. 추로스 하나로 마치 테마파크에서 간식을 사들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놀이공원에 온 느낌으로 한 손에 추로스를 들고 돌아다녔다. 너도나도 사서 기분을 내려고 줄을 서는 것이다.
경리단길 상권을 하나의 테마파크로 보자면, 추로스 가게는 훌륭한 놀이기구였던 셈이다.
이 포스트는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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