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인간의 활동영역을 크게 넓혔으며, 도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물류와 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났으며, 도시도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의 탄생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은 사람은 도보를 통해 주로 활동하고 소비한다는 점이다. 도시의 가장 번화한 곳은 대중교통이 밀집한 곳이며,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걸어다니며 그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낸다. 아쉽게도 상업적 측면에서 자동차는 활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햄버거 가게를 생각해보자. 가게를 걸어서 방문한 사람은 먹고 난 후 걸어서 그 자리를 뜬다. 그렇게 걷는 동안 도보라는 행동은 인근에 활기를 준다. 그러나 자동차로 서비스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가게라면, 방문자가 가게와 인근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빠르게 이탈하기에 그 지역에 활기를 주지 못한다. 결국 자동차와 교통수단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역에 활기를 주는 것은 걷는 사람이다.
도시계획의 고전이자 도시계획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저자 제인 제이콥스는 거리와 걷는 사람들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유현준 교수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와 걷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활력에 대해 말했다. 보행자는 이처럼 도시와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보행자를 걷게 하려면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은 보행자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2010년의 한 연구에서는 인사동과 문정동을 비교하면서 보행자들의 구매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걷기 좋은 거리의 환경이 보행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소비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걷기 좋은 거리의 환경이란 단순히 거리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상점과 시설물 등을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상점에서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할수록 거리 환경은 걷기에 더욱 좋아지며, 거리의 다양성이 높고 공간과 사회적 혼잡도가 낮을수록 더 걷기 좋은 거리가 된다.
대형 쇼핑몰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며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내부를 더 화려하고 걷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방문자들이 더 많이 배회하게 만든다. 그러한 점에서 쇼핑몰의 완비된 주차장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걷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유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포스트는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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