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와 가격의 비율에 대해 살펴보자. 엄밀한 원가는 재료비에 노동비용, 기타 경비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지만, 보통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상품의 가격을 정할 때에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이 상품 가격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재료비다. 예를 들어 상품 가격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재료비의 비중을 결정한다. 또 다른 방법은 일단 만든 다음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비에 일정비를 곱하여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업종과 아이템, 업주의 판단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마지노선이 있긴 하다. 가격을 재료비의 3배, 즉 가격에서 재료비의 비중이 약 33%인 것이 마지노선이다.
특히 원가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출에 따라 변동한다. 장사가 잘되지 않으면 상품 1단위당 원가가 상승하기에 수익이 더욱 줄어든다. 반면 장사가 잘되면 단위당 원가가 소폭이나마 하락하기 때문에 수익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기억하면 현재 한국의 외식업체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5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 현황’에 따르면 외식업체들의 식재료비 비율은 35% 선이 넘는다.
앞서 다카이 요코가 말한 원가율(식재료비 비율) 마지노선 30%를 상기해보자. 매출의 평균 35% 이상을 식재료비에 쏟고 있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평균이 이렇다는 것은 상당수가 이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이 매우 힘겹게 영업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안정적인 곳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재료비의 3배인 것은 폭리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할 수 있는 한 가장 마진을 줄인 쪽에 가깝다.
이것은 유통판매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통판매업은 상품의 구입 단가에 배수를 붙여 가격을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요식업종보다 배수를 더 높게 잡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옷가게의 경우 가게와 입지마다 다르지만, 가격을 구입 단가의 3배 이상 붙이는 경우가 많다. 유통판매업의 특성상 들여놓는 상품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는 좋은 상권에 입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좋은 상권은 당연히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유통판매업은 요식업보다 배수를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점포마다 모든 상품의 가격에 동일한 배수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즉, 단위 가격에 따라 배수를 달리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단위 가격이 비싼 상품은 배수를 낮게 잡는 편이며, 저렴한 상품은 배수를 높게 잡는다.
이 포스트는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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