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인복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장님들께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혜지 씨는 지난 19년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혜지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동대문 의류상가를 찾았습니다.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나름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네요.
혜지 씨는 직원들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법이고, 직원들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은 절박한데 직원들은 그렇지 않아서 실망스럽고, 자신이 무능한 게 아닌가 고민도 많습니다.
“올해만 벌써 9명이 퇴사했어요. 월급을 올려주고, 심지어 어떤 직원은 결혼식 축의금으로 200만원이나 줬는데 신혼여행 다녀온 후 바로 그만두지 뭐예요. 후임도 뽑지 않았는데 말이죠. 제가 인복이 없는 것인지, 그렇게 잘해줘도 소용이 없네요.”
대기업은 급여도 높고 무엇보다 능력에 따른 평가나 보상, 즉 승진이나 연봉 인상, 상여금 제도가 확실한 편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체는 그런 점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장과 직원 간의 직접적 갈등도 존재합니다. 칭찬 몇 마디나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이직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해법은 무엇일까요? 직원들이 사장을 좋아하고 믿고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혜지 씨를 좋아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요? 사장을 좋아하면 열심히 일할 수 있거든요.”
“직원들이 혜지 씨를 좋아하게 하려면 먼저 직원들을 좋아해야 해요. 좋아한다는 것은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제 말은 혜지 씨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직원들이 혜지 씨의 마음을 믿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이가 틀어지는 건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직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사장이 지시한 일을 직원이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합시다. 사장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수 없죠. 그래서 직원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잖아.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왜 매번 이러는 거야? 너 믿고 일이나 시킬 수 있겠어? 아휴 답답해.”
직원은 이런 질책에 기운이 빠지고 기분이 상해 마지못해 일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감정적인 대응이 몇 번 오가면 급여를 더 주고 보너스를 챙겨줘도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모욕감은 그동안 쌓았던 신뢰관계를 형식적인 관계로 바꿔버립니다.
이럴 땐 미래 시점으로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은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 속상한 마음을 접고, 미안함을 느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직원에게 왜 일을 처리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물론 감정은 배제하고요.
“오전에 내가 부탁한 일, 아직 안 된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시킨 일’이라는 표현보다는 ‘부탁한 일’이라는 표현이 더 존중하는 느낌을 줍니다.)
“죄송해요. 제가 깜빡했네요”라는 답이 돌아오면 “지금 급하니까 빨리 해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 되고,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그것부터 해결한 후 하려고 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오면 “그랬군요. 지금 이게 더 급한데 이 일부터 처리해줄래요?”라고 말하면 부드럽게 일이 진행됩니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늘 제자리 같고. 저는 사장 자질이 없나 봐요.”
“혜지 씨, 먹고사는 문제로 하루하루가 전쟁인 삶을 살았잖아요. 그러니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나도 그래요. 혜지 씨에게 사람을 존중하며 공감하자고 이야기하지만 안 될 때가 많아요. 중요한 건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거죠. 아예 모르거나 무시한다면 개선할 방법도 없잖아요. 자꾸 의식하고 노력해서 조금씩 바꾸면 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가진 기질과 단점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스스로 꾸준하게 노력해야만 합니다. 어렵지만 하나씩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또 변화하려는 노력에 스스로 만족하며 힘을 얻게 됩니다. 남을 존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고민하고 질문하는 것에서 관계 개선이 시작됩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혜지 씨의 표정도 조금씩 풀렸습니다. 나는 혜지 씨에게 두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배가 고프고, 일이 안 되고,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아프고, 체력이 안 되고, 화가 나 있고, 거래처가 속을 썩이는 등 여러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또 ‘욱’ 하고 옛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인내심이 줄어들거든요. 그러니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이런 상황이다 싶으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는 게 좋습니다.”
“네. 꼭 명심할게요.”
“꼭 기억해두세요. 직원이 혜지 씨의 지시사항을 잊었다고 해서 혜지 씨를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나요. 어질러진 건 치우면 되고, 흘린 건 걸레로 닦으면 되는데 할머니는 왜 자꾸 나를 혼내고 화를 내실까, 하고요.
직원들에게 혜지 씨가 어렸을 적에 당한 걸 똑같이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해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낸 참 괜찮은 사람이잖아요. 이제 새롭게 마음을 먹고 잘 해낼 것이라 믿어요.”
이 포스트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