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을 다 내가 썼다고?
월말에 가계부를 살펴보면 참 놀랍습니다.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먹었고, 또 무슨 옷을 이렇게 샀는지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게다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지출도 많습니다. 어디에 썼는지는 기억나지만 이제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출들을 살펴보면 허탈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내가 쓴 돈을 후회하고, 섣부른 소비였다고 스스로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지출이 만족스러웠는지 또 어떤 지출은 별로였는지 그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한 데이터가 있을 때 앞으로 더 만족스러운 지출을 늘려나갈 수 있으니까요. 내가 어디에 썼을 때 기분이 좋고, 어디에 썼을 때 아쉬운지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만족감이 더 높은 방향으로 돈을 쓸 수 있습니다.
베스트 지출 선정 효과
앞으로는 매월 말 나만의 베스트 지출을 뽑아보세요.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원하는 만큼 많이 뽑아도 됩니다. 가계부를 들고 내가 쓴 돈들을 살펴보세요. 지금까지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어 만족스러운 제품들, 기억에 두고두고 남아 행복한 경험을 찾아봅니다. 가게 안의 특별 상품에 베스트 택이 붙어 있는 것처럼, 내 지출 내역 중 좋았던 지출에 빨간 줄이나 별표 등 내 나름의 표시를 해보세요.
그렇게 베스트 지출을 찾다보면 비로소 모든 지출이 다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미건조한 지출 내역들 사이에서 ‘아, 가족들이랑 이것도 먹으러 갔었지’, ‘이 영화는 진짜 좋았어’라며 시간이 지난 후에도 뿌듯한 지출들이 반짝입니다. 그렇게 반짝이는 지출들을 찾다보면 이번 달에는 얼마를 썼다는 충격으로 인해 스크래치 난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됩니다. 비록 돈은 썼지만 ‘이건 참 좋았어’, ‘이건 참 잘 썼어’ 하는 생각이 의외로 마음의 위안이 되거든요.
가치관 반영한 현명한 소비 가능
또한 베스트 지출은 마음의 위안을 넘어 더 현명한 소비를 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좋았던 지출을 추려보면 어디에 썼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는지, 어디에 썼을 때 두고두고 만족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옷을 사는 건 아깝다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지속적인 만족감이 남는 항목은 꾸밈비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을 때 기분이 참 좋구나’ 혹은 ‘말로는 가족들을 위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가족들보다 나에게 쓰는 게 훨씬 좋구나’ 등 베스트 지출은 단순히 취향을 넘어 현재의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나는 먹는 게 중요하구나’ 혹은 ‘취미 활동이 중요하구나’ 등을 발견할 수 있고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베스트 지출은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알려주며, 만족스러운 소비생활을 도와주는 길잡이가 됩니다.
워스트 지출 선정 효과
베스트 지출을 찾아봤다면 다음은 워스트 지출을 찾아볼 차례입니다. 워스트 지출은 왠지 아쉬움이 남는 지출, 괜히 썼다며 후회가 되는 지출, 기대만큼 대가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지출을 말합니다. 베스트 지출과 마찬가지로 워스트 지출에도 내 나름의 표시를 해주세요. 물결 줄을 긋거나 세모 표시를 해놓는 거예요.
‘이건 괜찮은 지출인가?’, ‘이건 워스트에 넣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보면 돈을 쓰는 나만의 기준이 서서히 정립됩니다. 가계부에 한 번 워스트로 정해졌던 품목들은 두고두고 머릿속에서 남아 있거든요. 그러면 다음번에 비슷한 물건을 살 때 ‘아, 이거 저번에 별로였는데’ 하는 기억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이 돈 쓸 정도로 좋아하는 걸까?
저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덜컥 구입한 물건이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꼭 워스트 지출에 표시를 해놓습니다. 생각보다 효용이 떨어지는 물건이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주위의 분위기에 떠밀려 구입한 물건들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저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쳐서 고통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커피 맛을 좋아해서 종종 커피를 주문하곤 합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신 날에는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해 엄청나게 후회를 하면서도 말이에요. 이렇게 당장은 좋았던 구매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 고통스러웠던 구매는 꼭 가계부의 워스트 지출에 들어갑니다.
술을 마실 때도 비슷합니다. 저는 가계부를 살펴보면서 술에 지출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술에 쓰고 싶은 비용은 딱 술을 구매하는 비용 하나인데, 술을 마시고 나면 꼭 다음 날 숙취 해소제나 해장국 등의 연쇄비용이 발생하더라고요. 늦게까지 밖에 있어 택시를 타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비용들을 모두 포함해서도 술을 마시고 싶은가라고 물어보면 아무래도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들었습니다.
돈 쓴 나를 탓하는 대신
물론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고 해서 당장 비슷한 소비를 그만두게 되지는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고생을 하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또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가계부의 워스트 지출에 같은 항목을 반복해서 체크하면서 제가 돈을 쓰고 후회하는 항목들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 항목에 지출을 하는 빈도도 줄어들었고요.
힘들게 번 돈을 쓰고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워스트 지출을 찾아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이런 데에다 돈을 쓴 나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번에는 그런 지출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말이에요. 매달 나만의 베스트 지출과 워스트 지출을 뽑아보세요. 그리고 왜 이건 베스트에 뽑혔을까, 왜 이건 워스트에 뽑혔을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트는 미스 페니의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지출 리스트에서 반복되는 소비를 체크하자 (0) | 2019.08.19 |
---|---|
쓰고 싶은 데 돈 쓰자, 단 기준에 맞게 (0) | 2019.08.14 |
한 달에 한 번 순자산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 (0) | 2019.08.12 |
치킨 한 번 참으면 생기는 일 : 1% 저축의 힘 (0) | 2019.08.09 |
가계부 업그레이드! 똑똑한 머니 다이어리 쓰는 법 (0) | 2019.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