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주택가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도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까?”
실제로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2년 73.4%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여 2067년에는 45.4%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전국 주택가격의 흐름을 살펴보면, 2013~14년을 바닥으로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2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도 199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지난 6년 동안 도쿄 등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주택가격, 왜 상승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인은 ‘공급 부족’입니다. 주택의 감가상각이 대략 50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서울에 존재하는 287만 호의 주택 중에서 매년 5.7만 호는 새집으로 개축되어야 합니다. 물론 50년 이상 버티는 집들도 많겠지만, 이는 건물 붕괴의 위험이 없다는 것일 뿐 주거의 질적인 면에서는 현대인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겠죠.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편인 서울 시민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주택공급이 적정한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울에서 매년 5만~6만 호의 주택이 집으로서의 사용가치를 상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물리적인 집은 존재하지만, 현대인의 눈높이에 턱없이 미달하는, 주거하기에 어려운 집들로 바뀌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최 근 서울의 주택공급은 적정 수준에 계속 못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주택 매수에 나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이유로 베이비붐 세대의 적극적인 주택 매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퇴 시점에는 보유하던 주택을 매도하고 이자 소득자로 변신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50대와 60대 이상 가계는 2010년대 중반에 주택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자’로 나섰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때문입니다. 연 이자율이 1% 후반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은퇴 시점에 주택을 매도해 이자수익으로 노후를 설계하는’ 전통적인 노후 설계 모형이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던 것이죠. 예를 들어 8억 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가 이를 처분하고 3억원 짜리 전세로 옮겨간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주택 매도로 확보된 여윳돈 5억 원을 은행에 예금하여 노후생활비를 조달할 계획을 세웠지만 금리가 1%대로 떨어짐에 따라 연 이자소득이 1,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던 것이죠.
은퇴 연기 / 임대사업자 변신
이처럼 예상치 못한 초저금리 환경이 나타나자 베이비붐 세대는 크게 보아 두 가지의 행동을 했습니다.
첫 번째 행동은 은퇴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임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저금리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에 나섰습니다. 최근 60대 이상 노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것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두 번째 대응은 ‘임대사업자’로의 변신을 꿈꾸는 것입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임대수익률이 6% 이상 수준이었고, 대출금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임대사업자로의 변신은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즉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임대를 놓기 좋은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면, 대출이자를 웃도는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었죠. 여기에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하는 데 따른 ‘차익’은 일종의 덤이었습니다. 일종의 ‘가치투자 전략’이 실행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 전략을 시행한 베이비붐 세대는 큰 성공을 누렸습니다. 무엇보다 2014년을 바닥으로 서울 등 핵심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6년 연속 상승한 데다가, 특히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자 베이비부머들은 부동산 투자를 속속 확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포스트는 『디플레 전쟁』(홍춘욱)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신흥시장 주가 움직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0) | 2020.05.28 |
---|---|
한국 주식시장 변동성이 큰 이유는? (0) | 2020.05.27 |
금리가 떨어지면 주식시장 PER 상승에 대비하자 (0) | 2020.05.22 |
경기 진단 척도 GDP 갭, 흐름 파악하는 법 (0) | 2020.05.20 |
GDP 갭과 물가, 무슨 관계일까? (0) | 202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