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은 태생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 비중도 높고,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기에 해외 요인 변화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것이죠.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공급사슬망의 끝에 있다 보니 채찍효과를 강하게 받고, 이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PER가 낮고 저금리임에도 코로나19 타격으로 부진한 편입니다. 그래서 한국 주식시장만 부진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주식시장, 신흥시장과 같이 움직인다
2008년 이후 신흥시장(Emerging Market)과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 흐름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이 평균적인 신흥시장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에 비해 부진했을 뿐, 신흥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오히려 상승 탄력이 강한 편 에 속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신흥시장이란 선진국 시장(선진시장, Developed Market)의 반대 개념으로, 개발도상국 시장을 달리 부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한국이 왜 신흥시장에 속해 있을까요? 그 이유는 한국의 외환 및 증권 시장 관련 규제가 상당히 강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MSCI 측은 “기관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한국의 원화가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고,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등 수년간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 조선비즈(2010. 6. 22), “한국 MSCI 선진지수 편입 무산”.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필요로 하는 조건 및 정보공개 수준이 맞지 않는 데다가, 주식시장의 거래시간이 시차 때문에 잘 맞지 않는 점 등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는데, 한국의 정책당국이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주장이죠.
물론 한국 정책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 투자되었던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며 위기를 맞았는데, 최소한의 안전판 없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반문할 게 뻔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신흥시장에서 당분간 벗어날 가능성이 없으며, 앞으로도 다른 신흥시장과 한 묶음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그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주가지수(이하 ‘코스피지수’)와 신흥시장 지수의 관계를 보면, 두 지수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은 한국만 볼 것이 아니라 신흥시장의 주가 움직임을 함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 약세 출현시 신흥시장 주가 오른다
위 그림은 미국의 달러 가치와 신흥시장/선진시장의 상대강도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달러 가치와 신흥시장/선진시장의 상대강도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할 때에는 선진시장이 신흥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반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에는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에 비해 상승 탄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신흥시장의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출현해야 하는 것이죠. 여기서 달러 가치는 미국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7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환율을 가중 평균한 것인데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라고도 합니다. 이때 7개 주요 통화는 유로와 캐나다 달러,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스웨덴 크로나입니다. 이 통화 바스킷과 달러의 교환비율, 즉 환율을 단순 평균하는 것이 아니라 교역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계산합니다. 즉,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선진국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의 값이 더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는 그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이나 마이클 조던 같은 미국의 큰 부자가 자금을 운용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분산하여 투자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들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주식시장이 있는데, 굳이 돈을 들고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달러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고, 유로 혹은 영국 파운드 자산의 값이 올라가면 생각이 바뀌겠죠.
이 포스트는 『디플레 전쟁』(홍춘욱)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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