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유 소비량 증가 추이
앞으로 상당 기간 2000년대 중반 같은 고유가 국면이 다시 출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석유 소비가 예전처럼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중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1,304만 배럴이었는데, 2018년에는 1,402만 배럴, 그리고 2020년에는 1,504만 배럴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중국의 원유 소비량이 연 6~7%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1990~2000년대에 비하면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죠.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1인당 에너지 소비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 못지않게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의 경험에서 쉽게 확인됩니다.
위 그림에서 가로 축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1인당 실질GDP)이며, 세로축은 1인당 원유 소비량입니다. 그림에서 보듯,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초반일 때까지는 석유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이후에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었습니다.
소득 증가에 따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당국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에 대한 소비를 장려했던 것이 1인당 원유 소비량의 증가를 억제했던 것입니다.
고소득 국가가 된 후 석유 소비가 줄어든 것은 한국만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기름값이 싼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도 마찬가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선진국 석유 수요 둔화
위 그림은 미국 원유 소비량과 국제유가의 변화를 추적한 것입니다. 인구 및 1인당 국민소득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 소비의 절대량이 1/4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10년 이상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또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연해지자, 기업과 소비자 모두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이죠.
먼저 선진국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소형자동차에 대한 소비를 늘렸습니다. 1986년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수출했던 ‘포니 엑셀’이 한 해에 16만 대 이상 팔렸던 것도 소형차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소비자들이 원유 소비를 이렇게 한번 줄이기 시작하자, 국제유가가 하락한 다음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이 석유위기로 받은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이 좋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브랜드 네이밍 전략이 마케팅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며 꾸준히 추진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석유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 포스트는 『디플레 전쟁』(홍춘욱)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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