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금리 역전이란?
2018년 미국의 장단기금리 차(10년물 금리 - 3개월물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높은 것이 정상입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돈을 3개월간 빌려줄 때보다 10년간 빌려줄 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므로 위험수익률이 더 높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3개월만기 예금의 금리는 1.5%인데 3년 만기 예금은 1.8%인 식이죠.
장단기금리 역전이란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이상현상을 말합니다. 2018년 당시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시장에 충격을 준 이유는 바로 이것이 ‘가장 강력한 경기선행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장단기금리 역전 시기에 불황이 출현하는 이유는?
다음의 그림은 미국의 장단기금리 차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보다 더 높아진 이후, 즉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난 이후 불황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장단기금리가 역전될 때, 불황이 출현할까요?
기대 변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활동참가자들의 기대 변화에 있습니다. 먼저 소비자들의 지출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의 현재 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소득이겠지만, 미래 소득에 대한 전망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지금은 경기가 나쁘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수가 낙관적인 전망을 공유한다면, 현재의 소비지출은 늘어나고 저축률이 둔화되며 시장의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입니다. 결국 장기금리는 향후 먼 미래의 경제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며, 반대로 단기금리는 지금 당장의 경기여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단기금리가 역전된다는 것은 ‘현재보다 미래의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심사 강화
이 해석도 흥미롭지만, 장단기금리 역전이 불황을 유발하는 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은행의 수익은 대출과 예금의 만기 ‘차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평균적으로 은행의 대출은 만기가 긴 반면 예금은 만기가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은행은 만기가 짧은 부채(=예금)를 이용해 만기가 긴 대출을 운용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는 셈이죠.
따라서 은행들은 예금금리(단기금리)에 비해 대출금리(장기금리)가 더 크게 상승할 때 수익을 더 많이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에 비해 더 빠르게 상승하면, 예금을 유치하는 데 더 많은 이자를 주어야 하니 수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장단기금리 차가 역전되어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에 비해 높으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은 이런 환경변화에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들 것입니다.
다음의 그림은 미국의 장단기금리 차와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 여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전미경제분석국이 불황으로 판정한 시기입니다. 그림을 보면 장단기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이것이 다시 경기둔화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대출 심사의 강화 여부는 매 분기 미국 연준이 은행들의 대출 심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의 응답 내용을 계산한 것입니다.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대답한 담당자의 비율에서 ‘대출 태도를 완화하겠다’고 답한 담당자의 비율을 빼면, 대출 심사의 강화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림에서 은행의 대출 태도를 보여주는 파란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상승 쪽으로 바뀐다는 것은 대출 태도가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이나 가계가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고, 더 나아가 대출 자체가 얼어붙기 시작하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기업은 대출을 받지 못하면 신규 투자 프로젝트를 접을 수 있으며, 가계는 대출을 활용해 더 큰집으로 이사를 가려던 계획을 접을 것이고, 이는 모두 경제성장 탄력의 둔화로 이어집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볼 때, 장단기금리 역전이 경기불황에 대한 좋은 예측 변수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포스트는 『디플레 전쟁』(홍춘욱)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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