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vs 자신만만
실리콘밸리에 취업하려는 한국인들이 면접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질문들이 있다. 이를테면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자바를 얼마나 잘하나요?”라고 질문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 엔지니어: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실력을 쌓았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노력해서 더 좋은 엔지니어가 될 것입니다.
국내 기업 면접이었다면 무난한 이 말이 전문가 조직인 역할조직에서는 나쁜 대답을 넘어, 듣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대답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A 의사: 많은 수술을 통해서 실력을 쌓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 수술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더 좋은 의사가 될 생각입니다.
A 의사의 말은 전문가로서 무책임하다. 물론 의사는 이 수술 경험을 통해서 더 성장하겠지만 환자에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다.
마케팅, 세일즈, 엔지니어, 디자인, 금융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역할조직에 입사를 희망하는 엔지니어라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전문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바에 대해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바를 이용하면 오픈소스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정확하고 읽기 쉬운 코드를 쓸 수도 있습니다. 파이선이나 루비에 많은 코드를 써야 하는 게 단점이지만 이 또한 큰 프로젝트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생략된 내용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코드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자바를 활용하면 지금 이 회사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활용하여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잘한다 vs 이 분야가 특기다
우리나라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식 조직이다. 위계조직인 우리나라 대기업 면접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A 세일즈맨 : 저는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어려움을 잘 극복합니다. 성실하게 배우는 자세로 세일즈든 마케팅이든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기업의 모든 일은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헌신하겠습니다.
역할조직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를 명확하게 갖고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물건 파는 것을 좋아해서 세일즈 전문가가 되었어요. 세일즈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욕구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설득하여 판매와 연결하는 데 매우 익숙하거든요.
바쁜 사람 vs 여유 있는 사람
위계조직에서는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유사한 일을 하므로 근면성실이 강점이 되고, 옆 사람보다 한 발이라도 더 뛰면 내가 한 발 앞서 나가게 되는 것이 명백하다.
반면 역할조직은 각자 다른 일을 한다. 한 발을 더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전문성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바쁜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여 간신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역할조직의 핵심인재는?
연봉이나 편한 회사 생활이 주요 동기가 되는 사람은 역할조직에서 ‘절대 뽑으면 안 되는 1순위’ 사람들이다. 특히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은 절대 금물이다.
커리어를 가진 전문인에게 가장 좋은 일은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하여 명성을 떨치고,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들은 자꾸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이들이 바로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이야기했던 스마트 크리에이티브, 즉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이고, 넷플릭스에서 이야기한 프로선수같은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회사의 급여와 복지혜택이 목적이 아니라, 세계적인 스케일의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고, 멋진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 너무 신나는 사람들이다.(그래서 회사는 이들이 사고를 쳐도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판을 만들어주는 일에 몰두한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단순한 일을 반복하고,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업에서 이런 인재들은 관리하기 골치 아픈 사람들일 뿐이지만, 콘텐츠 산업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이들은 자유롭게 놔두면 세상을 바꿀 사람들이다. 위계조직 회사에서 핵심역량이 첨단기술과 관리 시스템이라면, 역할조직 회사에서 혁신의 핵심역량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이 포스트는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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