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노동의 종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일까요?
200년 전부터 있던 대량실업 공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노동이 불필요해지고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근래에 처음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예언과 공포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습니다. 심지어 200여 년 전의 1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그러한 공포가 극심했습니다. 새로 발명된 방직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방직공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지요.
실제로 어떤 직업들은 우리 주위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버스에 자동 안내방송이 도입되면서 ‘버스 안내양’이라고 부르던 승무원들이 사라졌습니다. 과거에 굉장히 흔했던 인력거꾼들도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사라졌지요.
무려 200여 년 전부터 기계와 자동화가 실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이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 새로운 일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여 년 전에 비해 경제 전체의 전반적 실업률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고용이 줄거나, 심지어 특정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지만, 반면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고용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만약 기술진보가 일관되게 고용을 줄인다면, 200여 년 전부터 실업률은 계속 증가했을 것이고, 지금은 모든 나라가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지요. 즉, 기술진보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걱정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상으로 일자리가 그리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놀랍습니다.
실제 통계는 어떤가요?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일까?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는 대략 1966년부터 집계되었는데, 이때 실업률은 7.1%이고 고용률은 52.8%였습니다. 실업률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꾸준히 낮아져서 1978년에는 3.2%까지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2차 오일쇼크 등 불경기 영향으로 1980년에 5.2%까지 올랐고,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의 호황기에는 2%대를 계속 유지합니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실업률이 7%에 육박했으나, 회복과정에서 다시 낮아져서 3%대로 떨어졌고, 이후 3%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패턴이 지금까지 계속됩니다.
한편,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술혁신과 자동화가 얼마나 많이 진행되었을까요? 한국생산성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1975년과 2010년 사이에 16배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1975년에는 노동자 16명이 생산하던 것을 2010년에는 한 명이 기계를 활용해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데 드는 인력이 1/16이 되었으나 일감은 16배 이상 늘었기 때문입니다. 자동화로 인해 노동의 수요가 준다는 것은, 생산량이 고정되어 있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즉, 자동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생산량이 같이 증가하기에 노동수요도 그에 따라 같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자동화로 인한 노동수요의 감소가 경제성장에 따른 생산량 증대로 인해 상쇄되어 왔습니다.
항상 나오는 말이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도구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혁신이 아니냐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기술혁신이 크게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좀 다를 수 있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자동화에도 인간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에 자동화가 어려웠던 분야마저도 자동화하려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용 로봇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 등의 도입으로 좀 더 유연하게 작동하고 더 넓은 범위의 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탁 트인 하늘에서 상대적으로 루틴하게 움직이는 비행기에 자동조종이 도입되었으나, 이제는 비행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환경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도 자율주행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자동화가 이처럼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영역으로도 확산되자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동화가 진행되더라도 기계만 혼자 작동하면서 생산활동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완전 자동화된 공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공장을 관리하는 것은 인간이어야 하며, 기계들이 고장 나면 그것을 발견하고 수리하는 데도 인간이 필요합니다.
자율주행의 경우도 탁 트인 고속도로와 같은 곳에서는 이미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구글 무인자동차 웨이모가 여전히 안전을 위하여 인간 운전자를 태우고 주행하는 것처럼,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없애면 폭우와 교통혼잡 등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구글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인간 운전자를 아예 태우지 않고 완전 자율주행을 시작하겠다고 했으나, 이것은 그곳의 날씨가 매우 화창해서 악천후 문제가 없고 교통량이 많지 않아서 시내운전의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자동화로 인한 새로운 기회
한편, 택시 운전처럼 기존에 자동화되지 않던 서비스업 분야가 자동화되면, 그 분야의 서비스 가격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 경우 과연 수요가 그대로일까요? 자율주행 택시가 나와서 요금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훨씬 많이 타게 될 것이고, 그러면 택시와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 ―정비사, 관리자, 택시 보험설계사 등 ―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즉, 어떤 분야에서 인간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고도의 자동화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가격도 떨어질 것이고, 수요가 증가하여 자동화의 고용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남충현, 하승주)를 바탕으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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