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차례로 강남역 이면도로 상권, 이태원 이면도로 상권, 종각역 이면도로 상권, 홍대 이면도로 상권 (자료 출처 다음 지도)
대로보다 골목이 왜 소비의 핵심지가 된 것일까? 그것은 상권이 발달할수록 안쪽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임대료 때문이다.
상권이 잘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메인 도로변에 모든 것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대로변의 건물 가치는 크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이 건물들은 재건축, 증축을 통해규모를 키워나간다. 이렇게 되면 최초에 입점했던 가게들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자영업의 매출은 업종에 따라 그 한계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가게로 들어와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인 음식점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회전율이 낮기에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의 상한선도 낮다. 업종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 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이 가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대로 안쪽의 이면도로와 골목길로 옮기는 것뿐이다.
이면도로는 임대료가 낮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과 접근성이 좋으며 차량 통행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걷기에도 대로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이다. 그래서 이면도로에 다양한 아이템의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게 되고, 곧 이곳은 좀 더 소비하기 좋은 공간 이 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은 작은 가게들이다.
제인 제이콥스에 따르면, 도시는 다양성을 떠받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이므로 소규모 업체들이 존재할 수 있고, 이러한 업체들이 도시에 다양성을 더한다. 다양성에는 작은 가게들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크고 비싼 공간보다 작고 저렴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이면도로와 골목이다. 이처럼 작은 가게들이 공간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기에, 이곳들은 대로보다 좀더 매력적이고 사람들이 걸어다닐 만한 공간이 된다.
이면도로와 작은 골목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들어선다. 요식업은 회전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주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손님이 몰리므로 면적당 매출이 한정되어 있고, 이 한정된 매출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의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성공하는 도시의 요건으로 ‘소비와 즐거움이 가득한 것’을 들었다. 소비의 시대에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서 즐거움의 한 요소로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특색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들은 ‘도시성공의 상징’이자 ‘상권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길은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상권과 가로가 변화하는 극적인 과정은 가로수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변천을 보면, 화방과 작은 옷가게 등이 가득했던 가로수길이 어떻게 휘황찬란한 상가들이 가득한 거리로 변했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면도로인 세로수길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가로수길이 원래 하던 역할을 수행하는 거리가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의 중심이 이면도로와 골목으로 옮겨갔으니 대로변은 가치가 떨어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고, 유동인구도 이면도로 쪽의 상권이 발달할수록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로변에 입점할 수 있는 사업들은 큰 규모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의 사업이 입점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또한 많은 유동인구들에 노출을 노리는 자동차나 가전 등의 전시/판매장, 대기업의 대형 프랜차이즈, 다시 말해 매출 단가가 낮고 고려사항이 많은 요식업보다는 유통업이 우선된다. 또한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서 대로변에 위치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대로변에는 소비의 중심이 되지는 않아도 풍부한 유동인구를 활용하거나 임대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게들이 위치하기에 가치가 올라간다.
이 포스트는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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