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P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제롬 매카시 교수가 1960년대에 정리한 마케팅 이론입니다. 그는 기업이 집중해야 할 분야를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판촉으로 정리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물론 4P 모두를 잘 하면 좋겠지만, 작은 기업들은 그럴 여력이 없죠. 일본 소부장 기업 중에는 다른 것은 다 버리고 1PProduct 에 주력하고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가미지마 열처리공업소는 절삭공구 열처리 전문업체입니다. 뒤틀림 교정이 특기입니다. 1m 정도의 철에 열을 가하면 통상 1㎜ 정도의 뒤틀림이 생기는데, 가미지마는 0.3㎜ 이하로 뒤틀림을 줄이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틀림 교정은 암묵지로서, 자료나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는데 이것이 바로 기계가 아닌 장인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미지마에는 5명의 장인이 있으며 이들은 일본 후생노동성의 ‘현대의 명공’과 도쿄도의 ‘마이스터’로 선정된 국보급 장인들입니다.
가미지마는 장인이 장인을 키우는 도제식 교육을 실시하며 신입직원은 20대에 특급 기능사, 40대에 도쿄 마이스터를 목표로 합니다. 아버지(오야, 親)가 아들(코, 子)을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오야가타 고가타’라고 부르며 장인 1명이 직원 1명을 키우는 시스템입니다. 장인들은 정년이 없어서, 가미지마의 직원 50명 중에 10명이 65세 이상이고, 최고령 직원은 80세입니다.
이렇게 장인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미지마에는 영업 담당이 없습니다. 담당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업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있으면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이죠. 실제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꼬리를 물고 손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리오닉스는 반도체 장비업체입니다. 포토마스크라는 유리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를 생산합니다. 1975년 일본전자의 기술자 7명이 퇴사하여 설립한 업체로, 1976년 통상산업성의 초LSI기술연구조합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일찌감치 반도체 장비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1㎝ 안에 100만 개의 회로를 그리는 극미세전자빔 장치를 생산하여 대학과 연구소에 납품합니다.
에리오닉스는 2007년 하버드대학과 MIT, 2012년 코펜하겐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 2016년 심천남방과학대학 등 최우수 대학과 연구소를 적극 공략했습니다. 1등을 잡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러한 1등 공략 전략은 맞아떨어져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급격히 발주가 늘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MIT에서 에리오닉스 장비를 사용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 대학에 돌아간 교수들이 이 회사 장비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우수 박사들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본사 면적의 3분의 1에 이르는 연구공간에 13대의 첨단장비를 설치하고 우수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다. 최근의 연구동향도 파악하고 미래의 고객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메이다이는 산업용 섬유업체입니다. 건축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옮길 때 사용하는 벨트슬링을 생산합니다. 이전까지 벨트슬링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품목이었죠. 후발주자인 메이다이가 신제품을 내놓았으나 3년간 아무도 써주지 않았습니다. 전국 건설현장을 돌며 홍보를 해보았지만 반응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큐슈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영업사원이 설명회에서 메이다이 벨트슬링의 단점을 지적하며 자사제품을 홍보했는데, 오히려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된 것이죠. 이후 대기업이 견제할 정도로 품질이 괜찮은 제품으로 소문이 나고, 독점 대기업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여 곧 주문이 몰려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그 대기업은 벨트슬링에서 손을 뗐다고 합니다.
독특한 마케팅 방법들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기업들이 가미지마처럼 영업을 하지 않거나 에리오닉스처럼 1등만 공략했다가는 곧바로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1P로 승부하는 기업들의 자신감은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경쟁사를 압도하는 경쟁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일본 소부장 산업 발전 뒤에는 남극 탐험이? (0) | 2020.09.07 |
---|---|
우주개발을 기회로 날개 단 기업은? (0) | 2020.09.03 |
일본 소부장 기업의 성패에서 뽑은 11가지 교훈 (0) | 2020.08.31 |
신소재는 어떻게 스포츠를 발전시켜 왔을까? (0) | 2020.08.27 |
4차 산업혁명시대, 소부장이 더욱 중요한 이유 (0) | 2020.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