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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을 기회로 날개 단 기업은?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9. 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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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콘, 농구화도 우주개발 기술?

우주개발은 새로운 제품과 기술의 보물창고입니다.
의료기기와 조명장치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아폴로 우주계획에서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농구화는 우주복 기술을 응용하여 발바닥 충격을 흡수하고 점프력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발전했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리모컨은 우주왕복선 승무원의 무선통신 시스템에서 파생된 기술입니다. 행글라이더는 아폴로 우주선 회수 시스템의 원리를 이용했고, 발사체 공기역학 실험은 골프공의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표면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주인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헬멧 선바이저(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한 차광판)는 선글라스 렌즈에 차용되었고, 전기차 배터리도 처음에는 아폴로 우주선의 예비전원으로 개발되었던 것입니다.

일본 소부장 기업과 우주개발

일본 소부장 기업도 우주개발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패전 후 솥을 만들던 기타지마시보리제작소는 2012년 최초로 해외 위성을 쏘아올려 일본의 상업용 우주항공 시장을 연 H-IIA 로켓의 첨두 부분을 가공하여 금속 특수가공 분야의 1인자가 되었습니다. 또 신칸센 차체를 제작하는 회사가 파산하고 나서 젊은 기술자들이 만든 신와공업유한회사는 얇은 금속판을 해머로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성형가공 기술과 판들을 붙여 복잡한 형상을 만드는 박판 용접기술을 활용해 로켓 분사구의 노즐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했죠. 칼을 만들던 모리야하모노연구소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일본의 전통 제철법(다타라)을 응용해 일본의 첫 상업위성인 H-IIA 로켓에서 위성을 분리하는 로켓 커터를 개발했고, 유압펌프 부품 부문에서 세계시장의 30%(1천만 대 생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특수도료 전문업체인 오키츠모는 발사대 실리콘 내열도료를 개발하여 3,000°C의 열을 견뎌내야 하는 다네가시마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 적용했습니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TDC 사가 절삭면 가공을 한 샘플 회수통에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를 담아 왔고, 과학자들은 일본전자의 전자현미경으로 이 미립자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제임스 피블스는 TDC의 거울이 들어간 망원경BICEP3으로 201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일본전자의 전자현미경은 노벨상 수상자의 필수품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후지킨 _ 배관자재 유통상에서 초정밀 밸브 강자로

자료 출처 : https://www.fujikin.co.jp/

오사카의 배관자재 유통업체인 후지킨은 1954년 독일산 밸브의 수입을 의뢰받았는데, 외환규제로 거래선이 막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후지킨은 수입선이 막히자 1954년 밸브 공장을 열어 자체 제작에 나섰습니다.
1970년대, 미국과 구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에 한창일 때 일본도 국산 발사체 개발을 추진했고, 1976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NASDA), JAXA는 발사체의 핵심 부품인 밸브의 자체 제작에 나섰습니다. 이후 후지킨은 1978년 영하 253°C(발사체용 액체수소온도)를 견딜 수 있고, 고압에 대응할 수 있는 엔진 밸브의 개발에 성공하여 다네가시마우주센터의 실험용 발사체 밸브를 납품했습니다. 이어서 정지위성을 목표 궤도로 이동시키기 위해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정밀 밸브까지 납품하면서 본격적으로 초정밀 밸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탑승한 모리 우주비행사가 실시한 잉어의 우주멀미 실험, 일본 최초의 여성 우주인 무카이 치아키가 미국 콜롬비아호에서 실시한 국지미소중력실험 등에 후지킨의 유체제어 밸브 장비가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후지킨은 우주개발용 밸브를 생산한다는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우주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업체들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슈퍼 클린룸을 일본 최초로 설치하고, 진공 상태에서 가스 분사량을 조절하는 초정밀 밸브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후지킨의 초정밀 밸브 기술은 반도체 산업과 만나며 한층 더 성장합니다. 반도체 장비는 슈퍼 클린룸에서 가스로 움직이는데, 가스가 완벽하게 기화하지 않거나 흘러내리면 반도체 수율이 낮아지죠. 그야말로 우주항공의 초정밀 밸브 기술이 딱 들어맞는 분야였던 것입니다.
오사카의 작은 배관자재 유통상이었던 후지킨은 이처럼 패전 후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통업체에서 제조업체로 변신했습니다. 우주개발에 참여하여 압축적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반도체 산업과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한 후지킨은 현재는 종업원 수 2,100명의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의 TKSCT 사를 인수해서 한국에 태광후지킨을 설립하고, 반도체 대기업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유키정밀 _ 하도급 업체에서 우주개발 전문업체로

자료 출 : https://www.yukiseimitsu.co.jp

유키정밀은 1950년 나사 전문 하도급 업체로 창업해 2001년에는 IT 버블 붕괴로 도산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도쿄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3D 프린팅회사 인쿠스에서 설계기술자로 일하고 있던 대표의 아들이 유키정밀 회생을 위해 3대 사장으로 취임합니다.
새로 취임한 젊은 사장은 수요업체를 돌며 유키정밀에 대한 평가조사를 부탁합니다. 이 조사를 통해 유키정밀이 가격경쟁력이나 고도의 기술력은 없지만 불량 없이 확실히 납기를 맞추어주는 신뢰성이 높은 업체라는 강점을 파악하고,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주항공 분야에 과감히 진출했습니다.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 전략인 것이죠.
먼저 전투기나 로켓에 비해 고품질을 요구하지 않는 여객기가 우주항공 입문 기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여객기 부품 수탁가공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객기 부품은 수익성은 낮지만 한 번 수주하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었죠.
우주항공 분야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언제, 어디서, 누가 부품을 만들었는지 추적이 가능해야 합니다. , 높은 수준의 이력관리와 품질규격(JISQ9100)이 요구되죠. 유키정밀은 품질규격 획득 등 사내 체제를 정비하고, 여러 우주항공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북극 빙하 관찰을 위한 초소형 위성사업, 무인보급선 코우노토리의 자세제어 부품 납품, 지구의 중력이나 자기장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심우주에 투입된 우주선과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을 연결해 다양한 실험적 예술을 시도하는 위성예술 프로젝트, 생명이 멀리 있는 행성에서 날아온 박테리아 포자에서 탄생했다는 판스페르미아Panspermia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포집 패널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죠.
망해가는 하청업체를 V자로 회복시킨유키정밀의 이야기는 우주개발을 주제로 다룬 TBS 드라마 시타마치 로켓’(2015년)의 현실판으로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국내 기업의 기회!

공공누리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공공저작물 이용했습니다.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1989)는 미국의 NASA(1955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의 전신인 NAL(1955)NASDA(1969)에 비해 약 30~40년 가량 늦습니다. 현재 우주항공 부품의 국산화율은 대략 6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했다가 실패하면 우주항공 계획의 전체 일정에 문제가 생기고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그동안 국산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2030년 중소형 위성의 자력 발사, 2034년 국가위성항법시스템 개발, 2035년 소행성 귀환선 발사라는 목표를 세우고 우주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페이스 파이오니어Space Pioneer’라는 우주항공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소부장 산업의 발전에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2,11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핵심 부품 자립화를 추진합니다. 위성자세제어 부품, 위치신호 수신기, 다채널 적외선 검출기, 로켓 추진제 탱크 등 핵심 부품 10여 개가 자립화 대상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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