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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관측과 소부장 산업의 관계는?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9.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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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망원경과 소부장 기업

일본 국립천문대는 1999년에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4,200m)에 광학 적외선망원경인 스바루 망원경을 설치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단일 유리거울(8.2m)로 만든 이 망원경은 고배율 관측이 가능해서 많은 천체 관측 성과를 내고 있으며 137억 광년 전 우리 우주를 탄생하게 한 빅뱅 직후의 천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129억 광년 떨어진 카이버 벨트 천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망원경 덕분입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스바루 망원경 곳곳에는 일본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의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프레팍토 _ 쌀겨에서 찾은 신기술

https://subarutelescope.org/

프레팍토는 1974년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창업했습니다. 1999년 발주처 실적이 부진해지며 경영위기를 겪다가, 하청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쌀겨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프레팍토의 본사가 있는 야마가타는 일본에서 쌀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가을이면 탈곡하고 남은 쌀겨를 처리하는 게 문제였죠. 프레팍토는 야마가타대학과 함께 남은 쌀겨를 활용해 RB세라믹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습니다. 프레팍토는 가볍고 단단한데다 잘 미끄러지는 성질을 가진 이 소재로 윤활유가 필요 없는 베어링을 만들었죠. 이 베어링이 반도체 제조장비에 쓰이면서 프레팍토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하청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국립천문대는 스바루 망원경을 제작하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스바루 망원경의 적외선 분석장치는 매우 정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오차율이 1천 분의 1이하이며, 영하 196°C에서도 잘 작동해야 합니다.
스바루 망원경의 핵심 부품은 앞뒤로 움직이는 베어링인데, 만족스러운 성능을 제공하는 업체를 찾지 못했죠. 세계적인 베어링 업체들이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한 것이 프레팍토의 RB세라믹 베어링이었습니다. 프레팍토는 이 기술로 일본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우수 중소기업에 선정되었으며, 일본 상공조합중앙금고로부터 50%의 지분투자를 받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오카모토광학기공소 _ 평면가공 기술 특화

자료 출처 : http://www.okamoto-optics.co.jp

오카모토광학기공소는 1942년 육분의를 만들면서 광학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육분의는 선박이 먼 바다를 항해할 때 천체를 관측하여 선박의 위치를 가늠하는 장비입니다. 육분의에는 프리즘이 들어가는데, 프리즘이 얼마나 평평하게 잘 다듬어졌느냐에 따라 측정 정확도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오카모토는 이 프리즘 가공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는 1m를 가공할 때 오차율이 0.1㎛(1=0.001㎜)에 불과합니다.
이후 평면가공이 중요한 TV전자관, 레이저 핵융합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오카모토의 평면가공 능력은 스바루 망원경의 보조거울 제작으로 꽃을 피웠으며, 현재는 종업원 66명의 평면가공 전문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가세인테그렉스 _1년을 1개월로 줄이다

자료 출처 : http://nagase-i.jp/

나가세인테그렉스는 연삭가공 장비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30년에 걸쳐 공작기계의 정밀도가  찾아 개선했습니다. 연삭가공 숫돌의 진동을 줄이기 위해 숫돌 주변에 물을 담는 포켓을 설치하는 등 노력한 끝에 계측·공구·공기·소재·장치·보조제·유지보수 등 정밀도향상을 위한 핵심 8개 항목을 찾았습니다.
1억 분의 1의 정확도로 연삭 가공하는 능력을 확보한 나가세의 장비는 천체 망원경을 만드는 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망원경 렌즈에는 거울과 같이 반짝이게 하는 경면가공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고운 파우더를 묻혀 문지르는 랩핑 공법을 사용했는데, 정밀도는 좋지만 이 방법은 완성하는 데 1년이나 걸렸죠. 그러나 나가세의 초정밀 연삭장비는 동일한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가공시간을 1개월로 줄여 랩핑 공법을 대체했습니다.
나가세는 2000년 히로시마천문대의 세계 최초 세라믹 렌즈 가공을 맡았고, 스바루 망원경의 세계 최대 30m급 거울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세계 연삭반 장비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 IT와 천체관측의 결합

자료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일본은 광학·소재·가공과 같이 강점을 지니고 있던 산업기술 분야와 천체관측 사업을 연계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최근 정보통신산업의 강점을 천체관측 연구에 접목하고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의 4채널 동시 관측 우주전파 시스템이 그 예입니다. 이 시스템은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하는데, 한국천문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4채널 동시 관측 수신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2020년에는 광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국립 전파망원경 3기에 3채널 동시 관측 우주전파 수신시스템인 초소형 3채널 수신기를 수출했는데 초소형 3채널 수신기는 4채널 동시 관측 수신시스템을 1/10 크기(면적 기준)로 줄여 개발한 것으로 것입니다.
또 광학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거대 마젤란 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이 망원경의 반사거울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과 공동으로 고분산 분광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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