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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 그런 건 모르겠고, 빚 갚다가 일어섰어요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9. 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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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기연 _ 보증 빚 갚으려고 만든 기계

www.kojimagiken.co.jp

베어링 공장의 기술자였던 코지마는 사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연대보증을 했던 2천만 엔의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매일 야근을 일삼던 어느 날, 퇴근길에 단골 닭꼬치 집에 들렀습니다. 닭꼬치를 시켰는데 재료가 떨어졌다는 사장의 말에 코지마는 사장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코지마는 장사하는 사람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타박했고, 사장은 닭꼬치를 끼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당신이 기계를 만들어 오면 외상값을 변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해프닝으로 코지마는 정말로 만능 자동꼬치기계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죠. 꼬치 재료가 제 위치에 자리 잡게 하는 기술이 핵심인데, 일정한 모양으로 미리 가공하거나 약간 익히거나 핀을 끼우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수많은 실패 끝에 재료가 아니라 재료를 담는 트레이의 모양과 움직임을 조정하는 기술로 결국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동업자가 도면을 유출해 모방품이 나오는 시련도 있었지만 1985년 이후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여 1시간에 꼬치 1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했고 현재는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꼬치를 먹지 않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도 핫도그를 만드는 기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KTX _ 오일쇼크 버티며 기술개발

자료 출처 www.ktx.co.jp / www.youtube.com/watch?v=EqZnCb8eTvY

 

KTX는 1975년 창업한 전기주조 금형업체입니다. 친척이 금형을 만들다가 화상을 입은 것을 보고, 화상 위험이 적은 전기주조 금형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불상을 만들었지만 자본이 모아지자 차츰 자동차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자를 고용하고 자금을 끌어와 설비투자를 시작한 시점에 오일쇼크가 터졌습니다. 일감은 끊기고 빚은 늘어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파산 직전에 내몰리게 되었죠.

KTX는 기술자 1명만 남기고 모두 파친코에서 일하면서 버텼고, 남은 기술자 1명이 끈질기게 기술개발을 계속하여 결국 2년 만에 자동차 내장재 진공성형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이 기술로 혼다자동차에 내장재를 납품할 수 있었죠.

이후 10여 년간 일본 내의 납품만 해오던 KTX는 1998년 포드와 인연을 맺으며 급성장했습니다. 포드가 전 세계 완성차의 내장재를 비교 평가했는데 토요타 카르나가 1등을 한 것입니다. 질감, 경량성, 에너지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했습니다. 포드는 이 차의 내장재를 납품한 KTX를 찾았고, 일본의 작은 회사가 포드에 납품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한 때 불상을 만들던 작은 공장은 전기주조 금형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90%를 자랑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환경경영종합연구소 _ 특허로 신소재 개발

ecobioplastics.jp

마츠시타는 아이오이손해보험 부장으로 재직하며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콩비지로 포장재를 만든다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될 만한 업체라 생각해서 퇴사까지 불사하며 전 재산을 투자했습니다. 친인척들에게까지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죠.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사장마저 도망가고, 그에게 남은 것은 특허뿐이었습니다. 그는 특허대로 콩비지로 포장재를 만들어보았으나 실패했습니다. 콩비지 대신 녹차, 커피 찌꺼기, 보리 껍질로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곰팡이가 슬고 쥐가 갉아먹는 등 실패를 거듭했죠.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는 순간 그는 종합상사 직원으로부터 산업용 폐종이의 처리가 골칫거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콩비지 대신 폐종이를 사용하여 다시 한 번 도전합니다. 그 결과 드디어 탄력성과 내구성이 좋은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폐종이와 합성수지의 배합 비율을 찾았고, 실패 끝에 수증기 발포라는 신공법을 개발했습니다. 신소재는 종이 성분이 51%여서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분류됩니다. 태워도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아 유아 식기 등 친환경제품에 널리 쓰이며, 단열재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이렇게 1998년에 창업하여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환경경영종합연구소는 2012년 글로벌 화학기업인 다우그룹과 조인트벤처로 미국 미시간에 신공장을 건설했고, 한국 진천에도 2000년에 단열재 공장을 세우는 등 발전하고 있습니다.

살려고 필사적이었을 뿐

www.kojimagiken.co.jp

한 언론이 자신을 기술장인으로 소개하자 꼬치기계를 만든 코지마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에서 나에 대해 ‘집념의 개발, 장인정신’이라고 평가해주는데,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영세기업의 숙명이랄까? 먹고살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뿐입니다. 빚이 있어서, 도중에 그만두면 가족이 거리에 나앉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성공한 일본 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장인정신을 떠올립니다. 장인은 우리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일본 소부장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은 베어링 공장 기술자, 불상 만드는 아저씨, 퇴직한 대기업 부장님이었고 빚을 갚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료들과 같이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뿐,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장삼이사들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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