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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진단한 일본 경제 및 세계 경제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10.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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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4일 일본이 전략물자 3개 품목에 대해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하고 한 달여가 지난 89, 도쿄 경제산업성 본관 17층에서 제25회 산업구조심의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경제산업성의 안도 사무차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산업계, 정부기관, 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산업구조심의회는 일본의 중장기 경제정책 방향과 다음 해 예산편성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 심의기구입니다.
이 회의에서 토론 주제로 올린 기존 질서의 변용과 경제산업의 정책 방향에는 일본정부가 보는 세계 경제와 자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G-X 시대’가 온다

 

첫 번째는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입니다. 경제산업성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관으로 뭉친 G7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지고,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이슈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최근의 상황을 ‘G-X의 시대라고 정의했습니다. 또 그 사례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2014), 유럽 극우정당의 약진(2015),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추진(2016), 영국의 브렉시트 가결(2016), 이탈리아의 북아프리카 이민 거부(2018) 등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 행보를 열거하면서, 룰이 무너져가고 있는 현 시대의 나아갈 길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습니다.
또한 경제산업성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선진국 내 빈부 격차의 확대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 격차의 축소라는 두 개의 격차 문제가 세계질서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에 대해 큰 경계심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26년 동안 1991~2017년 세계 GDP에서 G7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서 46%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1.7%에서 15.0%로 크게 늘어났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이러한 신흥국의 급격한 부상이 구미 선진국들의 불만을 가져왔다고 해석했습니다.
G7의 일원인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목소리를 빌어 신흥국의 부상에 대한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급격히 성장한 신흥국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입니다.
한편, 각국의 대립을 조율할 국제협력 메커니즘은 기능부전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선진국 간에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불만스럽게 묘사했습니다. 모두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존의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은 이제 기존의 룰을 따르는 게 이득인지 손실인지 따져봐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https://www.meti.go.jp/shingikai/sankoshin/sokai/pdf/025_s01_01.pdf

일본 경제계는 자기반성 중

두 번째 큰 변화는 일본 스스로 자국 경제가 부활과 추락의 갈림길에 섰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산업성은 일본이 국력 저하와 함께 부가가치 창출에 고전하고 있다라고 자체 진단하면서, 일본 경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여러 통계를 가감 없이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패배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일본 국내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이는 그간 일본 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신중한 표현과 절제된 단어를 선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철저한 자기반성 모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위기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기업 수는 1986년에 535만 개였으나 2016년에는 358만 개로 180만 개가 감소했습니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글로벌 상위 30대 기업에 오른 일본 기업은 1989년에는 21개였으나, 30년이 지난 2019년에는 단 한 기업도 순위에 들지 못했습니다.(토요타자동차가 42) 일본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7%로 미국 대기업 13.7%4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은 4%, 독일14%, 영국14%, 프랑스9%보다 낮았습니다.(독일, 영국, 프랑스는 EU 역외로의 수출만 집계)
CEO의 평균 연령은 199547세에서 201566세로 높아졌고, 정보화는 뒤처졌습니다. 일본 기업 중 디지털 리더Leader2%에 불과했고, 후발 기업Laggard39%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평균은 리더 기업 5%, 후발 기업 9%)

기술 위기
기술 강국 일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논문 수와 질, 박사 취득자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논문 수2000년대 대비 2010년대는 미국이 23%, 한국은 121% 증가했는데, 일본은 6% 감소했습니다. 논문의 질을 보여주는 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는 미국이 17%, 한국이 136% 늘어난 데 비해 일본은 8%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총 연구개발투자비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미국(17.2%), 한국(17.2%)보다 낮았으며 일본 기업들은 단기연구에 연구개발비의 90%를 투자했고, 10년 이상의 장기연구에 대한 투자는 1~2%로 낮습니다.
또한 다수의 일본 기업들은(69.8%) 다른 일본 기업(24.8%) 또는 외국기업(5.5%)과 협력하기보다는 단독 연구개발을 선호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https://www.meti.go.jp/shingikai/sankoshin/sokai/pdf/025_s01_01.pdf



인력 및 자본 위기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두 축이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인재와 혁신투자의 부족도 지적했습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수학 및 이학 분야 박사후과정 수료자는 137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미국의 수료자가 1,642명인 것에 비하면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인구가 12천만명, 미국이 32천만 명인 점을 감안해도 미국의 수료자가 일본보다 2.6배 많은 셈입니다.
인재육성 투자 면에서도 밝지 않습니다. 기업의 전체 투자에서 인재육성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80.38%에서 20160.24%로 줄었습니다. 일본은 기업 연구인력 중 박사 비중이 4.4%로 미국 10.1%, 한국 6.7%보다 낮았다습니다.
GDP 대비 벤처투자액(2017년 기준)을 보면, 0.03%, 0.40% 수준인 미국의 13분의 1 수준이며, 한국의 0.08%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10년간 전체 벤처투자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인데, 이는 외국자본의 비중이 21%에 달하는 북미보다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인수합병 건수는 201747건으로, 827건인 미국의 20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 인식

세 번째 큰 변화는 일본이 자국 산업구조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 산업으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270개 제품 중 212개 제품이 소재부품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에서의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편광판, 유리기판, 포토레지스트, 광학장비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죠. 경제산업성의표현을 빌리자면, 소부장은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불가결한 핵심 분야인 것입니다.

일본의 전략은?

일본은 대세라고 판단되면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전략을 계속 택해왔습니다. 기존 규칙이 무너진 G-X의 시대. 일본 경제는 추락과 부흥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일본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까요? 일본은 방향타를 틀었고, 앞으로 일본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고 없이 한국에 전략물자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요.
확실한 것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일본 경제 부활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경제를 넘어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로 규정했으며, ‘꼭 지켜야 한다守城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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