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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기업이 포뮬러E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10. 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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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F1을 전략적으로 활용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리는 포뮬러원F1 . F1은 자동차 혁신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에는 고속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4륜구동(퍼거슨), 경량화를 위해 차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만드는 모노코크 방식(로터스)F1을 통해 선보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탄소섬유를 프레임에 처음 적용(매클래런)했고, 클러치를 밟지 않고도 변속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페라리가 개발되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ABS(Anti-lock Brake System) 등 전자장비들도 F1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F1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오토바이 업체인 혼다가 F1 팀을 창설하고,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널리 알려져 있죠. 혼다와 같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일본의 작은 소부장 기업들도 F1을 혁신과 성장의 서킷으로 활용했습니다.


아라이 헬멧 _ F1 레이서 공략

아라이 헬멧은 도쿄의 모자 판매상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 군모를 만들었죠. 패전 후 아라이는 건설현장용 안전모를 생산합니다. 당시 사장이 오토바이 타는 것을 즐겼는데, 건설용 안전모를 개량하여 쓰고 다녔죠. 오토바이용 헬멧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1960년대 들어 아라이는 현대 헬멧의 기본구조를 확립합니다. 내부에서 풍선을 불어 새 둥지와 같은 헬멧 모양을 형성하는 방법, 헬멧내부에 발포제를 넣어 충격을 흡수하는 방법, 헬멧 앞쪽에 챙을 두어 충격을 분산하는 방법, 강화 플라스틱을 헬멧 소재로 사용하는 방법 등을 개발했습니다.
1980년대에 일본은 F1을 개최했는데, 아라이도 이 기회를 활용하여 최고의 헬멧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아라이 헬멧을 착용하고 시합에 등장하자 외국인 선수들이 생소한 아라이 헬멧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1984년 윌리엄스-혼다의 케케 로즈버그가 아라이 헬멧을 쓰고 우승을 하며 업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1985년에는 결승전 출전 선수 20명 중 10명이 아라이 헬멧을 착용하며 ‘F1 선수 절반이 사용하는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자료 출처 : www.arai.co.jp

아라이가 F1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안전에 대한 철학과 철저한 품질관리 덕분이라고 합니다. 헬멧은 안전성 국제규격을 준수해야 합니다. 3m 6높이에서 가속도 센서를 장착한 헬멧을 떨어뜨려 가해지는 충격을 측정하는데, 300G 이상이면 뇌진탕 위험이 커서 국제규격은 275G 이하를 요구합니다. 아라이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3m 20로 낙하지점을 더 높이고, 바닥은 딱딱한 금속재질로 만든 가혹한 실험환경에서 안전성 테스트를 하죠. 일반적으로 한 번만 하는 완성품 검사도 중복해서 시행하고, 헬멧 내부에는 작업자의 이름을 새겨 넣습니다. 직원들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의미입니다. F1팀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헬멧 모양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안전성이 떨어져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안전에 대한 아라이의 고집과 철학을 보여줍니다.
착용자의 편의도 최대한 고려합니다. 2010년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마크라렌은 헬멧 때문에 습관성 두통으로 고통받았는데, 아라이가 특별제작한 맞춤 헬멧을 쓰면서 두통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F1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아라이는 2019년 현재 종업원 285명에 미국과 유럽에 거점을 둔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후지제작소, 쇼트피닝 고도화


알루미늄 냄비의 뚜껑을 보면 물고기 비늘처럼 보입니다. 망치로 두들겨 강도를 높이는 단련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쇼트피닝(Shot Peening)은 이 단련과정을 기계화시킨 것으로, 금속으로 만든 대량의 볼을 가스로 분출시켜 금속 표면에 부딪히게 하는 가공방식입니다.
후지제작소는 쇼트피닝을 고도화한 전문업체입니다. 속 볼을 기존의 3천 분의 1 크기로 줄여 단련뿐만 아니라 냉열처리 효과까지 높였죠. 이렇게 하면 소재 강도와 유연성이 높아지고 수명도 최대 10배 연장됩니다.
가공용 칼날이나 자동차 변속기 기어와 같이 쇼트피닝 가공이 어렵다고 알려진 부품에도 후지제작소 쇼트피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립자 쇼트피닝 기술은 제한된 중량에서 최대의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F1 머신에 적합했습니다. F1 머신 엔진은 가벼우면서도 강한 토크를 견뎌내야 하는데 미립자 쇼트피닝을 하면 엔진의 내구성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경량화한 얇은 기어가 강력한 엔진의 힘을 견딜 수 있도록 F1 머신 기어도 미립자 쇼트피닝을 합니다. 이 회사의 쇼트피닝을 몇 번 받았느냐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이 기술은 F1 레이스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F1을 통해 알려진 후지제작소는 현재 일본 국내 200여 개 사에 쇼트피닝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미국 지프 사 서스펜션 가공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기회는 전기차에 있다!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내연 자동차에서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중심이 이동합니다. 2019년 전 세계 차량의 4.3%(433만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의 비중은 2038년에 50%에 이르고, 2050년에는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부장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내연차는 부품이 3만 개인데 전기차는 1만 개 정도로 줄어들죠.

이는 자동차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뿌리산업 등 소부장 기업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자 기회로서도 작용합니다. 모터가 엔진을 대체하고 감속기와 배터리가 성능을 좌우합니다. 음극재와 같은 기능성 화학제품과 탄소섬유와 같은 신소재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인버터, 자동차용 반도체 등 전자부품의 역할이 늘어납니다. 차체 경량화로 프레스 가공과 같은 뿌리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자동차 경주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F1의 전기차 버전인 포뮬러E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4년 시작한 이 대회는 매년 세계 10여 개국을 돌며 전기차 레이싱을 펼칩니다. 한국은 2020년 서울을 시작으로 5년간 대회를 개최합니다. 1980년대에 일본 기업이 F1을 활용하였듯, 한국 소부장 기업이 FE를 기술혁신의 무대로 활용한다면 F1은 늦었지만 FE는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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