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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부장 기업과 한국 대기업의 관계는?

경제상식 경제공부/포스트 한일경제전쟁

by 스마트북스 2020. 10. 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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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부장 기업의 혁신적 조달처는?

일본의 소부장 기업을 조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일본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고 있던 1980년대부터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에서 소외된 소부장 업체들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국제 공급망을 구축했고, 일본 소부장 후발주자들의 글로벌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공급망을 공유하며 보완적인 발전을 해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제3국에서의 자원개발, 인프라, 산업단지 공단 건설 등의 프로젝트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해왔습니다. 수요처를 찾아 한국에 투자한 일본 기업은 안정된 비즈니스 환경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79.1%가 흑자를 내고 있고, 이는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평균(68.1%)을 상회하는 최고 수준입니다.(대만 80.9%, 호주 79.9%에 이어 3)

대우전자-스타엔지니어링

사진 출처 : https://www.stareng.co.jp/

1980년대 초반에 대우전자는 가전용 모터 협력업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사장이 직접 도쿄로 건너가 마쓰시타, 산요, 캐논 등 일본 대기업을 만나 협력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죠. 그러다 히타치의 협력업체 중에 2년 전에 창업한 스타엔지니어링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작은 공장을 방문한 대우전자 사장은 즉석에서 합작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87년 한국에 코리아스타엔지니어링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대우와의 협력은 세 가지 이점이 있었죠.
첫째, 한국 합작법인 수익으로 창업 초기의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계열 거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계열사 간 거래가 원칙이었기 때문에 히타치 외에 다른 대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웠지만 히타치는 대우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했습니다.
셋째, 글로벌화 기회를 잡았습니다. 스타엔지니어링은 해외생산이 활발하지 않았던 1980년대에 한국 진출을 통해 기술은 국내, 생산은 해외라는 분업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이후 태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죠.
대우와의 거래는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히타치제작소는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면서 국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기존에 외주를 주었던 부품을 자체 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발주량을 줄였고, 제공했던 장비도 회수해 갔죠. 그때까지 히타치에만 의존했던 많은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았지만, 스타엔지니어링은 대우와의 협력 경험을 살려 장비를 자체 개발했고 알프스전기와 소니에 디스크용 모터를 납품하며 자립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니토쿠엔지니어링

사진 출처 : https://nittoku.co.jp/

니토쿠엔지니어링은 197220명의 작은 규모로 시작한 코일 권선업체입니다. 코일은 전류의 안정과 전압의 변화를 조정하는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며, 코일에 감는 선재의 종류나 감는 방법에 따라 기능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밀한 제조능력이 필요하죠.
니토쿠는 1970년대에 자동차, TV, 냉장고 등의 보급으로 모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터 코일을 감는 권선 분야에 진입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일본 내에서는 일감이 부족했던 니토쿠는 브라운관 TV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에 코일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코일 업체들이 내수에 안주하고 있을 때 한국을 시작으로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으로 차례차례 시장을 넓혀간 것입니다.
삼성과의 거래를 계기로 글로벌화에 눈뜬 니토쿠는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파트너를 맺어 고객의 제품이 최고가 되도록 돕는다는 전략을 세웠고, 현지인을 교육해서 현장에 배치하는 등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화에 앞장섰습니다.
이처럼 글로벌화에 앞섰던 니토쿠는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글로벌 중견기업직원 수 557명으로 성장했고, 니토쿠의 한국 직원들은 일할 때 눈빛이 다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니토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일본, 든든한 원군을 잃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스타엔지니어링과 같은 일본 소부장 중소기업이 하청에서 벗어나 자립화하는 과정을 함께한 동반자였습니다. 니토쿠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경쟁자들보다 먼저 글로벌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준 파트너였으며, 첨단기업의 최대 수요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 조달자로서의 한국 대기업의 역할은 일본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본 학계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준 일본의 역할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제에서 한국이 담당했던 역할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조명했더라면, 전략물자 수출규제라는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략물자 수출규제로 인해 일본 소부장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잃게 된 것은 아닐까요?

포스트는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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