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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릉대전에서 유비가 패한 결정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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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삼분지계

적벽대전에서 오나라를 승리로 이끈 손권의 책사 주유는 승리 이후 천하통일의 기회를 엿봅니다. 적벽대전 후에 주유의 책략은 유비세력을 수용한 후에 분산시켜 흡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주의 현실파였던 손권은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 유비에게 형주 땅 일부를 떼어주었죠. 형주 땅에 단단히 둥지를 틀게 된 유비는 이를 발판으로 세력을 확장해갔습니다.
제갈량은 애초에 유비에게 합류할 때 천하삼분지계에 대해 말한 바 있죠. 주유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주유는 형주를 기반으로 촉을 점령하고 위나라와 천하를 양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주유가 요절하고 원래 관망파가 대세였던 오나라는 다시 복지부동합니다. 오나라 입장에서도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이상 나가 싸울 이유는 없었죠.
주유의 생각을 현실화한 것은 오히려 유비였습니다. 유비는 바로 촉 땅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중국 서쪽을 세력권으로 만듭니다. 지금의 쓰촨성인 촉 땅은 촉산이 천혜의 방어선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촉산 안쪽의 땅은 매우 비옥해 잠재력 역시 높았죠. 또한 북쪽의 위나라를 공략한다고 가정하면 형주와 동천 양쪽에서 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지형이었습니다.

관우의 죽음, 유비의 선택

이제 위나라가 위기에 빠집니다. 촉의 오호대장군으로서 형주를 지키고 있던 관우는 위나라를 침공합니다. 파죽지세로 위나라군을 몰아붙이던 관우는 오나라의 배신으로 위기에 빠집니다. 관우가 위나라에 올인하는 동안 오나라는 형주를 날름 먹어버린 것이죠. 더욱이 관우는 오나라군에게 잡혀 처형당합니다. 이로써 유비의 짧은 전성기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우 사망 후 유비는 복수심에 불탔습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관우의 원수인 오나라를 먼저 칠 것인가? 아니면 위나라를 먼저 치고 나중에 오나라와 결승전을 할 것인가였죠. 당시 참모들은 위나라를 먼저 치자고 했지만 유비는 오나라를 택합니다. 학자들은 유비가 복수보다는 형주의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나라를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오나라에는 아직 인물이 있었습니다. 육손입니다. 육손은 이릉전투에서만 등장하지만 대단한 인물입니다. <삼국지연의>에서 너무 저평가된 느낌이 있을 정도입니다. 육손은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전략적 판단의 실수도 없었던 명장이었습니다.

이릉대전, 유비의 최후

유비는 전 병력을 몰아 형주로 진격했습니다. 삼국지 3대 전투 중 마지막인 이릉대전이 시작된 것이죠. 촉나라 구성원은 세 부류가 있었는데, 촉나라 원주민, 오래전에 이주해 정착한 한나라 사람들, 그리고 유비를 따라온 신흥 이주민이었습니다. 이 세 부류가 섞여 있으니 단합이 잘 안 되었습니다. 유비는 포용력이 뛰어난 통합형 리더였지만 천하의 유비도 전쟁터로 나갈 땐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릉대전에서 촉나라의 수군은 황권이 맡았습니다. 황권은 원래 형주의 주인이었던 유장의 충신이었죠. 유비의 이른바 1세대 장군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노쇠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장비마저 부하들에게 암살당합니다.
그래도 유비는 전쟁을 밀어붙였습니다. 촉이 오나라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수륙 병진을 실시해야만 했는데, 이상하게 수군이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습니다. 유비가 황권을 믿지 못해서였죠.

육손이 손권에게 올린 보고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이번 회전에 신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촉의 군대가 수륙 병진하는 것이었사옵니다.
한데 촉군이 땅에서만 이동하므로 촉 왕의 계책에는 한계가 있사옵니다.
염려치 마소서.

육손의 보고서는 정확했습니다. 비의 매복작전을 간파한 육손은 오히려 유비군을 궁지에 몰아넣죠. 그리고 유비군의 유능한 2세대 장군들이 이릉대전에서 거의 전사하고 맙니다.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촉의 수군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은 퇴로가 끊겨 오나라에 항복합니다. 이릉대전의 승리로 오나라는 촉의 수군을 완전흡수하였고, 수많은 군선과 병기를 노획합니다. 오나라는 홈런을 친 것이고 촉의 군대는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후퇴하는 길에 패전을 자책하던 유비는 백제성에서 사망합니다.

이 포스트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고대편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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