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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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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트북스 2016. 12. 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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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자유'

 

바른 역사란 없다

내 전공은 인권법이다. 자유는 내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쩌면 자유는 내 연구 분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자유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산다. 그럼에도 누군가로부터 자유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을 때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자유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어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의 본질이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친다며 그것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자유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역사에서 바른 역사란 있을 수 없다.
역사를 바른 역사라는 하나의 잣대로 재단해 그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하는 짓이다.
나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보면서, 20세기 전반 미국의 저명한 법률가이자 법철학자였던 러니드 핸드(Learned Hand) 판사의 연설문을 꺼내 읽어 보았다. 이 연설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핸드 판사가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한 짧은 연설이다. 그가 말하는 자유의 중요성과 그 의미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우선 우리들이 자유를 추구한다고 할 때, 그 의미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들이 우리의 희망을 헌법이나 법률, 그리고 법원에 너무나 많이 의존하지 않나 우려합니다. 그런 것은 헛된 망상입니다. 제 말씀을 믿으십시오. 정말로 그런 것은 망상입니다. 자유는 사람들의 가슴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거기에서 죽는다면 어떤 헌법도, 법률도, 법원도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그것이 거기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헌법도, 법률도, 법원도 그것을 살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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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유정신이란 무엇입니까? 제가 그것을 정확하게 정의할 순 없습니다. 다만 제 믿음을 여러분들에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자유정신이란 옳다는 것을 너무 확신하지 않는 정신입니다. 자유정신이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정신입니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강요하지 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어떤 생각을 과신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역사에서 바른 역사란 있을 수 없다. 바르다는 말은 주관적 판단이지 객관적 사실이 될 수 없다. 정치 권력자든 누구든 어떤 특정 생각을 과신해 그것을 역사란 이름으로 강요한다면, 핸드가 말하는 자유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바로 자유정신에 맞지 않는 이 과신을 경계하고, 그 과신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핸드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도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법제도도 아니다.
이런 것이 우리의 자유를 지켜 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서라도 해선 안 된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자유에 대한 의지에 달려 있다.
그것이 없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결연한 의지를 갖고 국정화를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경계인을 넘어서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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