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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 개혁, 민주주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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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트북스 2016. 12.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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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 개혁, 민주주의가 답이다

한국적인, 지극히 한국적인

리걸 마인드로 오늘날 한국의 문제를 관찰할 때 정말로 이상하게 보이는 게 재벌의 행태다. 재벌이 일반인보다 돈도 많고 권력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사회 전반에서 폭군처럼 군림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지극히 한국적 상황이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이들 재벌들의 사고를 분석하건대, 그들은 대체로 이런 식의 사고를 하는 듯하다.
회사는 내 것(소유)이니 마음대로 관리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며,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다. 회사는 마치 내 호주머니 속에 있는 땅콩이나 마찬가지다. 땅콩을 먹든 버리든 발로 짓밟든, 그것은 주인인 내가 마음대로 결정한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재벌이 그들 기업에 대해, 또 그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이런 식의 안하무인의 태도를 취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들이 보유한 그 쥐꼬리만 한 주식으로는 그러한 후안무치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는 합당한가

대한민국의 회사는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로 존재한다. 주식회사란 주주가 출자하여 만든 조직체이며, 주주는 주식이란 유가증권을 소유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며,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주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일컬어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라고도 한다. 주주자본주의는 근대의 소유권 개념을 주식회사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주식회사는 주주만의 소유물일까?
주식회사는 원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에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고안되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바로 그 시초다. 큰 사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회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책임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 회사 운영에서 생긴 막대한 부채 등을 전부 회사 참여자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면 누구도 자본을 내면서 참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회사란 처음부터 유한책임 형태로 시작되었다.

주주, 주식회사 이해당사자 중 한 축일 뿐

 

주식회사에는 주주 외에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포진해 있다. 노동자, 원자재 공급자, 소비자, 채권자, 국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하루도 존재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주주도 주식회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본금이라는 것을 낸 이해당사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주식회사가 주주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주식회사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어느 한 주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주식회사 제도를 면밀히 고찰할 때, 주식회사가 주주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적인 명제가 될 수 없다.

얼마든지 지금과 다를 수 있다

 

법률적으로도 주식회사 제도를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지금과 다른 제도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주의 회사 소유권과 경영권을 제도적으로 분리시킬 수도 있다. 우리처럼 대주주가 회사의 오너라는 이름으로 모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을 제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의 경영은 주주 대표자와 노동자 대표자가 공동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식의 주식회사 제도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그곳에서는 주식회사 내에 우리와 같은 경영이사회가 있지만 그것을 통제하는 감독이사회가 따로 있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를 감독하고 감시한다. 이 감독이사회는 노동자와 주주가 이사로 함께 참여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의 재벌은 자격이 있는가

현대의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주식 거래에서 내는 돈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도 대부분의 주주는 회사의 자본금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주주가 회사 자본금을 댄다는 것은 회사 설립 때 잠깐 하는 일이지, 큰 기업이 되고 난 뒤 주식을 갖게 된 주주는 그저 투자자일 뿐이다.
회사의 오너로 통하는 우리나라의 재벌 회장들은 어떤가. 그들은 창업주든지, 아니면 창업주의 2, 3세가 되니 자신들이 내놓은 돈은 모두 회사의 자본금이 되었다고 하면서 다른 주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지도 모른다.
창업자로서의 아이디어와 그들의 의지와 창조적 역량이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면, 일반 주주에 비해 좀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불공평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재벌 회장(가문)들의 회사에서 역할과 존재감은 과도하다. 한국의 재벌이 누리는 권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누리지 못하는 이상의 권력이다. 그들은 임기도 없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견제할 수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필요하면 떠난 비행기도 돌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주주자본주의의 실제 모습이다.

기업 운영이 불투명한 이유

한국 최대의 재벌인 삼성의 경우, 총수와 그 일가들이 소유한 지분이 1.3퍼센트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2퍼센트이다. SK그룹은 고작 0.5퍼센트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오너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경우만 보면 이회장이 소유한 지분은 3.4퍼센트, 아들 이재용 0.6퍼센트, 부인 홍라희 0.7퍼센트로 가족 지분은 모두 합해도 4.7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의 주식만을 가지고서도 수십 개의 기업을 완전히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묘한 출자 구조에 있다.
한국의 주요 재벌그룹의 출자구조는 미로와 같다. 여러 겹의 순환출자 구조가 얽히고설켜서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의 주인인지를 알아내기는 웬만한 고차방정식으로도 알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소유구조 때문에 한 줌도 안 되는 주식으로 수십 개의 거대기업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마술과 같은 경영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기업 운영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서 온갖 비리가 터지는 것이고 노동자, 소비자, 채권자 혹은 국가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무책임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밖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공룡 같은 재벌을 만들어 냈고, 그것에 의해 우리 경제를 완전히 볼모로 잡힌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통해서였다.
주주가 회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 주주 중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일부가 재벌 회장이란 이름으로 이것은 법에도 없는 직함이다대한민국의 실제적인 주인이 된 현실, 그것을 주주자본주의란 미명 아래 그대로 두어야 할까.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깨야 한다. 어떻게? 혁명을 원치 않는다면 법률로 깨야 한다. 재벌의 횡포를 막기 위해 소유구조를 바꾸고 책임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세습경영을 막기 위해 세금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면 법률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민주주의뿐이다. 국민 하나하나가 깨어 있어 한 표로 심판하는 정치를 통해 제대로 된 국회를 구성하고,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야 그게 비로소 가능하다. 사실 재벌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법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니 그 힘을 빼는 것은 결국 법밖에는 없다.

이 포스트는 경계인을 넘어서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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