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차이인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동시대를 살았어요. 둘은 말 그대로 천재로 철학, 과학, 수학, 논리학 등 수많은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어요. 숙명의 라이벌로 거의 같은 시기에 미분을 발견했는데, 서로 자기가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라고 싸웠어요. 나중에 뉴턴은 영국왕립학회장이 되었고, 라이프니츠는 독일 베를린과학아카데미 원장이 되었죠. 이들의 싸움은 학계의 자존심을 넘어 나중에는 영국과 독일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되어 이른바 미분전쟁은 이들이 죽은 후에도 100년간 계속되었다고 해요.
【질문】 신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문득 우주를 보니, 너무 복잡하고 뭐가 많아서 하나씩 없애기 시작했다고 하죠. 은하도 없애고, 별도 없애고, 나중에는 먼지 한 톨까지 다 없애버렸어요. 그러면 우주에는 뭐가 남았을까요?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일종의 컨테이너와 같은 것으로 봤어요. 안에 든 물건을 모두 없애버려도 컨테이너 그 자체는 남는 것처럼, 모든 물질을 없애도 시간과 공간은 그 자체로 남는다고 본 거죠. 시간과 공간은 물질과 관계없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거예요. 뉴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절대주의라고 해요.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겨요.
【질문】 시간과 공간은 언제 생긴 거죠? 신이 엿새 동안 천지창조를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만들었다는 말은 없잖아요. 그러면 신이 천지창조를 하기 전에도 시간과 공간은 있었다는 말인가요?
이에 대해 뉴턴은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은 신의 ‘감각기관’이라는 거예요. 그냥 나름대로 해석해보면, 시간과 공간은 신의 한 가지 모습이라는 거겠죠. 그래야 시간과 공간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라이프니츠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물체들 사이의 관계라고 보았어요.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을 없애버리면 시간과 공간도 사라진다는 거죠.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남자가 사라지면 형제관계가 사라지는 것처럼요. 이를 관계주의라고 해요.
관계주의를 받아들이면, 신이 굳이 시간과 공간을 창조할 필요가 없고, 신이 물질을 창조하면 자동적으로 생겨요. 시간과 공간은 물질들간의 관계니까요.
또한 “우주 밖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그 자체로 난센스가 돼요. 관계주의를 받아들이면, 우주 밖에는 아무 물질이 없고, 아무런 물질이 없으면 공간도 없으므로 ‘우주 밖’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신은 우주를 언제 창조했는가?”라는 질문도 그 자체로 난센스가 돼요. 신이 우주를 창조하기 전에는 물질이 없으니 시간 자체도 없으니까요. ‘언제’라는 개념 자체를 쓸 수 없는 것이죠.
【질문】 우주에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 하나만 달랑 남았다고 합시다. 그 손은 오른손일까요, 왼손일까요? 아니면 오른손도 왼손도 아닌 손일까요?
만약 오른손이나 왼손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뉴턴이 말한 절대주의자입니다. 절대주의를 받아들이면, 우주의 모든 것이 사라져도 공간이 남고, 공간에는 오른쪽과 왼쪽이 있기에 우주에 달랑 손 하나만 있어도 오른손이거나 왼손일 수 있죠.
만약 오른손도 왼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관계주의자입니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우주에는 공간이 없으므로 우주에 달랑 하나 남은 손은 오른손도 왼손도 아닌 그냥 중립적인 손이라고 봐야 해요.
좀 어렵죠?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참 신기하죠? 바로 칸트가 제시한 문제예요.
20세기에 들어와 ‘시간과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의 양상에 변화가 생겼어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4차원 시공간 차원으로 보게 된 것이죠. 그렇다고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에요.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시공간은 물질에 관계없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물체들 간의 관계일 뿐인가?”라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요. 결국 뉴턴과 라이프니츠 사이에 벌어진 논란이 21세기인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죠.
이 포스트는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김필영)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나의 욕망은 과연 나의 것일까? (0) | 2021.01.21 |
---|---|
바꿀까 바꾸지 말까 : 내게 유리한 선택은? (0) | 2021.01.15 |
새해 새결심! 당신의 행동을 바꾸는 유용한 질문 한 가지 (0) | 2021.01.04 |
선택의 순간마다 불안한 당신에게 사르트르가 전하는 말 (0) | 2020.12.30 |
신은 존재하는가? 철학자들의 대답은? (0) | 2020.12.23 |